또 큰 산불이 발생했다.이번엔 무릉도원으로 명성이 높은 도원리에서다.지난해 산불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화마가 덮치자 주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적극적인 진화작업으로 불길은 발화 12시간만에 다음날 5월2일 진화되었으나 많은 피해와 상처를 남겼다.
불은 5월1일 저녁8시 10분경 도원1리 민가에서 발생했다.불은 강풍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삽시간에 번졌다.도원리 저수지 근처를 태우고 사회복지법인 아모르뜰 방향으로 빠르게 번져갔다.불길이 시설 코밑까지 닥쳤다.
아모르뜰 김유심 원장은 “이장으로 부터 연락받고 군청에 산불 신고를 하고 바로 원생 아이들을 10분만에 대피시켰다. 모두 안전했다.이곳에서 불길이 방향을 틀어 아랫마을로 번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고 말했다.
불은 그 지점에서 도원2리 아랫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북서풍을 타고 산을 넘어 학야리 방향으로 번졌다.이때 이미 속초에서 불띠가 시뻘겋게 보일 정도로 훨훨 타 올랐다.
도원리 주민 A씨는 “체격 좋은 제가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강했다.”며 “나중에 보니 뒷산에 태양광 설치물 나사가 풀려 나갈 정도로 강력했다”고 말했다.
긴급 출동한 군 소방인력과 산불감시단등이 도원리 저수지에 저지선을 쳤다.주민 B씨는“ 거기서 저지선이 뚫렸으면 불은 우측으로도 삽시간에 광범위하게 번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학초등학교 입구에서 경찰통제가 실시했다. 이 무렵 군청 산불발생 문자를 수신한 김영남 도원보건진료소장은 긴급 출동 사무실을 따고 들어가 중요서류와 컴퓨터 본체만 들고 황급히 피신했다.
마을 주민들은 천진초교 체육관과 아야진초교로 긴급 대피했다.토성면사무소에서 산불지휘부가 설치되었다.국회연수원 근처까지 연기내음이 매케했다.바람이 더 강하게 몰아쳤다.정부는 소방대응 3단계로 격상하고 총력 대응방침을 밝혔다.
그 사이 불길이 학야리 방향으로 틀면서 22사단 병사들과 신병교육대 교육생들이 아야진초교등지로 긴급 대피했다.강대헌 학야이장은 1일 밤 11경 “ 주민들은 다 안전하게 대피했고 사단과 마을로 불길이 번지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전국에서 소집된 소방차들이 속속 현장에 도착,합류했고 새벽 2시가 넘어서면서 불길이 잡히기 시작했다.새벽4시에도 바람은 간단없이 소용돌이 치면서 나무를 삼킬 듯이 불었다.불길을 잡는 진화작업은 밤새 이어졌다.
날이 밝자 헬기 15대가 투입되서 도원저수지 물을 떠다 대량 살포하기 시작했다.이번 산불진화에 전국에서 소방차 412대, 군 소방차 33대 산불진화차 48대 등이 동원되었다.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집계결과 산불 피해면적은 85헥타에 주택1채와 우사 1채가 소실되었다.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도원리,학야리,운봉리 주민 329명이, 군인 1876명이 대피했다.주민들은 불길이 집으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에 뜬눈으로 보냈다.천진초교와 아야진 초교에 분산 수용되었던 주민들은 2일 오전 다 귀가했다.학야리 주민 박모씨는”불이 마을을 덮치지 않아 천만다행이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불길은 2일 오전8시경 잡혔다고 대책본부는 밝혔다. 그렇지만 잔불과 예방적 살수 활동은 계속되었다. 산림청을 비롯해 각급 기관 헬기들이 도원저수지에서 물을 퍼다가 전지역에 살수를 실시하며 뒷불 감시에 들어갔다.
아모르뜰을 지난 도원저수지로 들어서는 언덕배기를 넘어서자 길가의 나무들이 검게 탄 모습이 들어왔다. 도원저수지를 따라 난 도로변과 인근산은 다 숯검뎅이다.그 싱싱한던 연두색 신록은 간곳 없이 처참한 모습이다.저수지에 설치된 태양광 설치물의 귀퉁이도 강풍에 찌그러졌다. 주민 C씨는“ 태양광 시설물이 저수지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어 헬기가 물을 기동력 있게 퍼 가지고 가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도원1리 발화지점 주택에서는 2일 오전 원인규명을 위한 감식이 진행되었다.
산불이 난지 1년만에 다시 대형산불을 목격한 군민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주민 김모씨는 “고성군 산림이 성한 구석이 없다.지역을 옮겨가면서 다 타면서 지역이 황폐화되고 있다.안타깝다.”고 한탄했다.페이스북에서도 대형산불이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도원리 무릉도원 천혜자연의 가치가 소실되는 점을 크게 우려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양간지풍이라고 할 정도로 봄철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높다. 산불진화대와 감시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같이 산불이 이어지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산림은 고성군의 청정 자산이다.산림훼손은 현재 및 미래 가치의 손실이고 치명적이다.신선봉 아래 아름다운 도원리 마을에 진동하는 매케한 연기내음에 마음이 무겁다.
글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