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도솔암 가는 길…영랑호 보광사 성지순례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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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달마산 도솔암 앞에선 보광사 신도들

비가 내린 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출발했다.도솔암은 가뜩이나 구름과 안개가 잦아 날씨가 도와야 천혜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절경을 보면 더욱 좋겠지만 기도처로서 도솔암에 자석에 끌렸다.그러기에 예보에 크게 개의치 않고 길을 떠났다.

전남 해남, 먼곳이다. 지도를 보면  속초에서 해남은 대각선의 끝지점에  서로 위치하고 있다.내비게이션을 보니 고속도로를 너,다섯을 경유해야 한다. 571킬로미터 7시간 소요 라는 안내를 보니 머리가 띵했다. 아마도 10시간을 족히 걸릴 것이라는 동료들의  계산이 맞았다. 오락가락 하는 비를 고속도로에서 지나치면서  남도 땅에 들어섰다.

바다에  산 사람들은 바다가 늘 정겹고 고향같다. 긴 여로에서 때로 지루함이  몰리는 장거리 길이였지만 이상하게도 목포에 다가서니  기운이 다시 나는 듯 했다. 어디선가 짠내가 문틈으로 들어오면서 깊은 잠을 깨우듯 말이다. ‘와 바다’ 라고 동시에  목소리를 맞추었다.

도솔암을  가기위한 여정의 첫 목적지로 진도를 택했기에 목포대교를 건너는 순간 마주한 바다 풍경은  그새 못 참은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폭발시켰다.이어 진도대교를 넘었다. 진도하면 먼 남쪽 섬이라는 이미지가 별로 안드는 순간이 장엄한 다리때문인 듯하다. 차창으로 내려다 보이는 바다는 세찼고 비가 뿌려지니 더욱 더 이순신의 바다처럼 다가왔다. 율돌목 해전이 어렵지 않게 연상되었다.

섬에 들어서니 풍경은  전혀 새롭게 다가온다. 이미 와 있는 봄이 만져지는 듯했고 무엇보다도 낮고 부드러움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구릉도 낮고 지붕도 낮고  언덕도  건물도 낮았다. 관광지 난개발에 질린 속초와 다른 풍경이 여러 생각을  가져다 준다. 고층 건물 보러 여행하는 것이 아니기에 말이다. 간간이 비를 뿌리는 날씨에 선명한 풍경을  눈에 담지 못했지만  남도 봄이 숙성해 가는 분위기는 이미 가슴을 채웠고 그 틈새로 날이 저물었다.

 진도 쏠비치에 여장을  풀었고  긴 여독을 풀려고 일찍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날마다 눈뜨면 바다를 보고 사는데도  이곳 바다가 궁금했고  득달같이 리조트 창을 열었다. 낮은 언덕을 배경으로 바다가 손짓을 하고 그 뒤에  섬이 서 있다. 특이한  프레임이다. 언덕도 이럴 때는 건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기자기한 바다에 옹기종기 섬이 모여 있고 섬에서 또 다른 섬을 보는 이 이중성은 뭐라고 해야 하나..거기다가 섬으로 둘러싸인 바다에서 고깃배들이  옹기종기 떠 있고 양식장의 그물로  풍경이 된다. 평화롭다. 비가 오면 사나워 지는 속초 바다와 사뭇 다르다.남도의 품이라는 스님의 해석이 가슴을 채우는 아침이다.간밤 진도 어시장에서 준비한 재료를 식탁에 올리니 동료들이 다 즐거워한다.  이 맛이다라는 품평은  바다를  껴 안아본 사람들이  하는  말이리라.

 봉고차는  해남을 찍고 달린다. 해안 도로는 구불구불하지만 모나지 안았고  작은 마을들이  교통을  방해하는 법이 없다. 그냥 편하다.그렇게  산과 들의 경계도 없고 그저 평탄한  대지에  작물이 움트고 봄이 약동하는  들녁을 지나니 이름 모를 산들이  구름에  싸여 있고  그  언저리에서  도솔암이란  안내판을 보았다.

달마산 도솔암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잘 포장돼 있었고  벚꽃이  만개했다. 날씨 탓에 흐드러진 모습보단 처연하다고 할까. 도솔암 가는 길은  거기 주차장에서 800여미터. 달마산 상부 언저리를 갈로질러  가는 코스다. 돌들이 유난히 뽀족하고 모났다.가는 내내 구름 비가 몸을 적셨다. 아래 내려다 보면 바다가 장관이라는데 볼 수 없는 아쉬움은 도솔암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암괴석이 뿔처럼  치올라 있는  사이에 3평 남짓한 암자를 지은 것도  참으로 기이한 일이고 험한 산세에  자리 잡은 모양새도 범상치 않은 것 같다. 스님은  특별한 발원이 있어  한순간에 지어진 기도도량이라고 일러준다.작은 법당에  서니 부처님의 키와  내 키가  동급이다. 작지만  깊이 채워지는  이  밀물같은 심경은 뭘까? 스님의 독경에 맞춰 나는 엎드렸고  엎드렸다.마음이 편해진다. 이 맛 또한 부처님 앞에서 사람만이  만날 수 있는  희열이다. 뾰족한 첨탑위에서 있는 듯한  암자에 서니 앞은 자욱하다.세상에 보이는 것만이 다 가 아니라고 했던가… 보이지 않는 길과 앞, 이게 마치  현세의 모습 같다는 생각을 그리고 둘러처진  기암괴석의 날카로움은 피할 수 없는 인간세의  상처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기도가 필요한 것이고 도솔암이 여기 있다는 하며 나를 위로하자 뒤에서 사진 한장 찍자고  한다.

달마산 도솔암, 마치 바위 꼭대기에 위치한 수도원 같은 위치에서 세상을 굽어보는, 남도를  내려다 보는 그 위치만으로도 염원은 깃발을 꼽은 것 이리라. 180도  사방을 조망하는 천혜의 남도  풍경을 눈속에 담지 못핶지만 기도의 빗물이 가득 적셔지는 충만함이 찾아왔다.나도 홀로 서고 싶다. 안개와 구름의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고 휘둘리지 않고 ….

신비한 모습의 도솔암 바위에 기대어  동료가 찍어준 사진 한장을 들고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날은 여전히 궂고 비구름이 하산 길도 적셨지만  점심을 먹으로 강진에 도착하니  날은 멀쩡해졌다.

먼길 먼땅에서 느끼는 기운이  돌아오는 긴 여로 내내 차창에 어른거렸다.내가 사는 지역과 다른, 다들 소멸위기를 말하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  풍요와 넉넉함 그리고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남도 품이 따스하다는 말을  곰곰 생각했고 그 화두를  안고 당분간  길 떠날  꿈을 다시 꾼다.우리들의 보광사 칠성회  신도들의 4월  성지순례는 이렇게 끝났고 속초에 도착하니 새벽이었다.

 글:김명숙 (보광사 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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