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지현(46) 씨는 누구보다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아이들을 챙기고, 학교를 오가며, 지역 행사에도 얼굴을 내민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지만,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보다 단단한 책임감이 먼저 묻어난다.
그는 다섯 아이의 엄마다.
초등학교 2·4학년 딸들부터 6학년 아들,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까지. 성장 단계도, 필요한 돌봄도 모두 다른 다섯 남매를 키우고 있다. 자식 한 명도 귀하게 여겨지는 요즘, 특히 인구 감소가 심각한 속초에서 다둥이 가정은 보기 드문 존재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참으로 부자 아닌 부자’라 부른다.
“처음부터 다섯 명을 낳겠다고 계획한 건 아니었어요. 아이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했고, 키우다 보니 가족이 자연스럽게 늘어났죠.”
이지현 씨는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키우며, 학교와 지역 현장에서 부모이자 시민으로 살아온 평범한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하지만 그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가장 힘든 건 시간과 돌봄의 공백”
다섯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든 점을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돌봄의 공백’을 꼽았다.
“아이마다 필요한 시기와 요구가 다른데, 제도는 늘 ‘평균적인 가정’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요. 아이가 아프거나 방학이 되면 갑자기 돌봄 공백이 생기는데, 그 부담은 전부 부모 개인의 몫이 됩니다.”
특히 방학 기간 돌봄 문제는 다둥이 가정에게 치명적이다.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보호의 사각지대가 생기지만, 이를 대신해 줄 대안은 많지 않다.
“교육비 부담, 식비보다 두 배 이상”
양육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이지현 씨는 가장 큰 부담으로 ‘교육비’를 꼽는다.
“식비보다 교육비가 두 배 이상 들어요. 급식비, 학원비, 교재비, 교통비까지… 아이가 클수록 지원은 줄고, 부담은 늘어나는 구조예요. 단순히 ‘비싸다’가 아니라, 이 부담이 계속 누적된다는 점이 더 힘들죠.”
다둥이 가정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단기적인 혜택보다는 돌봄·교육·주거와 연결된 생활 밀착형 정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도시의 미래를 지키는 일”
그럼에도 다둥이 엄마로서 느끼는 보람은 분명하다.“아이들이 서로 돌보고 배려하는 힘을 자연스럽게 키워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자라면서 사회성을 배우죠. 저는 그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게 큰 보람입니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 개인의 선택을 넘어 도시의 미래와 직결된다고 말한다.“아이 웃음소리가 사라지는 도시는 결국 활력을 잃어요. 속초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가 된다면, 인구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상 위 정책이 아니라, 현장 중심 행정이 필요하다”
이지현 씨가 바라는 변화는 분명하다.학교와 지역이 연계된 통합 돌봄 시스템, 다둥이 가정 맞춤형 교육비·돌봄비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의 경험이 정책에 반영되는 행정이다.“책상 위에서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 만드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출산과 양육을 고민하는 젊은 부모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완벽하게 준비된 부모는 없어요.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도움받을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 변화에 저도 엄마로서, 시민으로서 함께하겠습니다.”
다섯 아이를 키우며 배운 책임과 인내, 공감의 힘.이지현 씨는 이제 그 경험을 속초의 부모들, 그리고 이 도시의 미래와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보육이 좋은 도시, 아이 키우기 좋은 속초를 향한 그의 꿈은 그렇게 오늘도 바쁜 하루 속에서 자라고 있다.
류인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