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요즘 문이 닫혀 있다.산자락에 눈이 쌓여 있고 찬바람이 스치는 숲 입구 가게는 찾는 이들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도 변함 없이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 곳이 ‘자작나무 숲 투데이’다.
입구에서 몇걸음 아래쪽에 위치한 투데이는 독특한 공간이다. 카페와 공방을 겸하는 일종의 자작나무 컨셉하우스다. 이상균 이은숙 남매가 운영중이다. 카페에는 오빠인 이상균의 자작나무 작품이 두루 걸려 있다. 커피 한잔하러 왔다가 진열된 작품에 먼저 눈길을 빼앗기기 십상이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정교하면서도 창의적이다. 오랜 객지생활을 하다가 귀향한 뒤 인생2막 일거리를 찾다가 자작나무를 만나 공방을 냈다.그리고 작품을 동생이 운영하는 카페에 전시하는 협업을 진행중이다.
동생 이은숙씨는 남다른 눈썰미와 아이디어로 ‘자작나무 쿠키’를 개발해 인기물이중이다. 요즘은 이걸 사 먹으러 첩첩 산중 이곳까지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고객도 늘었다. 쿠키가 딱 자작나무 모양새를 닮았다. 그래서 더 정감 있고 실제 먹으면 혀가 살살 녹는다.앙증맞은 크기나 디자인에서 우월해 관광지 상품으로 매력적이고 실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남매는 각기 다른 노하우와 재주를 갖고 자기 길을 가면서 한 공간에서 자작나무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이상균씨는 “ 자작나무가 그냥 버려지는 게 아까워서 시작했고 동생의 가게에 전시하는 게 나쁘지 않아 함께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원래 자작나무 숲 입구쪽에서 가게를 운영하다가 내려왔다. 그게 오히려 함께 공간을 공유하면서 긴밀하게 작업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자작나무 숲은 이제 전국적인 명성을 타고 있는데 이같은 배경에는 이들 남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보태진다.원대리의 격과 향기가 이들 남매 손에서 잉태되고 있다. 관광지에 가면 그냥 즐비한 음식점 말고 둘러 볼때도 없는 뻔한 광경을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자작나무 시계, 자작나무 부엉이, 자작나무 쿠키…척척 호명되는 수비니어는 매력적이다. 손님을 붙잡게 만든다.자작나무 브랜드는 이런 토대위에 형성되었다.
남매는 올 봄에 카페 지붕위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자작나무로 세울 구상을 마치고 작업에 들어갔다. 좀더 상징적인 형상으로 관광객을 안내하겠다는 의도다. 이상균씨는 “동생이 아이디어를 냈는데 바로 화답해서 하기로 했죠” 라고 덧붙인다. 남매는 손님이 없는 시간이면 자연스럽게 마주 앉아 아이디어를 올려놓고 일 궁리를 한다. 카페는 그래서 늘 활기가 돈다.3월 봄기운이 아직 이른 원대리 자작나무 숲에는 꿈이 영글고 있다.
글:김형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