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안의 대표 문화유산인 낙산사와 낙산해변의 풍경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규제 완화 이후 우후죽순 들어선 초고층 생활형 숙박시설은 천년고찰의 경관을 바꾸더니, 이제는 양양국제공항의 항공기 이착륙 안전 문제까지 불러오는 상황에 이르렀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허용된 초고층 건축이 결국 지역의 미래 경쟁력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낙산해변에 건설 중인 지상 39층, 높이 183m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은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다. 동해안을 대표하는 해안 경관 속에서 유독 솟아오른 이 건물은 이미 낙산사의 상징인 해수관음상을 압도하며 주변 경관을 크게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경관에 그치지 않았다.
최근 양양국제공항은 이 초고층 건축물 때문에 활주로 15방향(속초 방향) 착륙이 제한되는 상황을 겪고 있다. 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취항 이후 발생한 회항과 결항 가운데 상당수가 기상이 아닌 활주로 이용 제한 때문이었다. 제주에서 양양으로 향하던 항공기가 김포공항으로 회항하는 사례까지 반복됐다.
공항시설법상 장애물 제한표면에는 해당되지 않아 건축 허가는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것이 양양군의 설명이다. 그러나 항공당국은 실제 비행 안전성 평가에서는 ‘심각’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법은 문제가 없었지만 현실에서는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더욱 아쉬운 점은 이런 상황을 사전에 막을 기회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공항과 지자체, 항공당국, 건축 인허가 기관 간 협의가 충분했는지, 공항 운영과 지역 개발을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인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건물이 일정 높이를 넘어설 때까지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고, 실제 위험성이 확인된 것은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이후였다.
뒤늦게 군 공역 활용 등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미 초고층 건물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역에서는 또 다른 아쉬움도 나온다.
낙산사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천년고찰 낙산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자 동해안의 상징이다. 해수관음상과 의상대, 의상조사의 정신이 살아있는 이 공간은 오랫동안 동해의 자연경관과 하나를 이루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해수관음상이 초고층 건물 아래 왜소하게 보일 정도로 스카이라인이 바뀌었다. 바다를 향해 열려 있던 시야는 콘크리트 벽에 가려지고, 낙산사의 역사성과 상징성마저 퇴색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발전은 필요하다.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도 필요하고 민간 투자도 중요하다.
그러나 개발이 지역의 상징성과 자연경관, 공공 안전까지 희생시키면서 이뤄진다면 그것을 과연 발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건물의 문제가 아니다.
법적 기준만 충족하면 된다는 행정의 한계, 경관과 문화유산 보전보다 개발 논리가 앞선 도시계획, 그리고 관계기관 간 사전 협의 부족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더 큰 교훈을 남긴다.
양양은 지금 공항 활성화와 관광도시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하지만 공항을 살리려는 정책과 공항 운영에 장애가 되는 초고층 개발이 같은 지역에서 동시에 추진됐다면 정책의 방향은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천년을 지켜온 낙산사의 하늘은 한 번 가려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공항의 안전 역시 사후 대책보다 사전 예방이 원칙이다.
이번 논란은 “무엇이 진정한 지역 발전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낙산해변을 빼곡히 채우는 초고층 건물이 양양의 미래를 밝히는 랜드마크가 될지, 아니면 두고두고 후회할 난개발의 상징으로 남을지는 이제 지역사회가 답해야 할 문제다.
설악투데이 특별취재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