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위원 김호의 세상 비평
양양군에서 가장 추잡스럽고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만한 사건이 터졌다. 그것도 주민들로부터 군수직을 3번씩이나 위임받은 김진하씨가 낸 사고다.
‘김진하 정도’는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그저 그런 촌부 중 한 명에 불과하다. 그런 김진하 씨에게 양양군민이 군수직을 3번이나 맡겼다. 올해가 11년째다. 얼마나 영광스러운가.
김 군수는 군민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뇌물 수수 등 의혹’으로 답례했다. 이 사건은 수사가 개시됐으니 아주 쉽게 곧 결론이 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김 군수의 행보가 상식에 한 참 모자란다.
우선 김 군수가 왜 이런 무도한 짓을 했을지 생각해 보자. 모든 원인은 결국 군민들 ‘손가락’이 문제다. 흔히 하는 말로 ‘선의가 계속되면 권리라고 착각한다’라는 명언이 있다. 이 명언에 김 군수를 대입해보면,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 찍어주니 ‘군수직’이 자기 소유라 착각하게 되고,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은 사라지고, 군림하는 권력자가 된다. 김 군수의 어처구니없는 사고는 그 연장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뻔하다. 딱 한 번만 시켜줘야 감사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행동한다. 두 번, 세 번은 안 된다.
가장 어이없는 건 군민에겐 일언반구 사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대처 능력으로 군수직을 11년씩이나 했다니 놀랍다. 수사와 재판은 나중 문제지만,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군민에게 해명하고 사과하는 게 맞다.
의혹을 인정하는 듯, 김 군수는 웬일인지 신속하게 소속된 국민의 힘을 탈당했다. 당 차원의 윤리위 조사를 회피할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벌을 받고 탈당해야지 치사스럽게 도망을 가나. 책임 의식이 없는 몰염치한 행동이다.
사과하고 떠나라. 김 군수가 선거에서 당선된 이유는 국민의 힘 당원 자격으로 출마했기 때문이다. 김진하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당선 불가능하다.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탈당과 군수직 사퇴는 분리해서 생각할 일이 아니다. 군민들 마음 심란하게 하지 말고 사퇴하는 게 좋다.
군민들이 옛정을 생각해 측은지심이 조금이라도 남았을 때 떠나는 게 그나마 좋다. 김 군수가 스스로 한 짓을 잘 안다면 하루라도 빨리 사퇴할 것이고, 후안무치하다면 뭉개겠지만, 빨리 사퇴하는 게 그나마 퇴직 후 양양에서 지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군수직에 미련이 남아 미적거리면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서서 김 군수를 난도질할 게 뻔하다. 아직 조금 남은 인심이라도 챙기려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떠나는 게 살길이다.
김 군수는 공인 의식도 빵점으로 보인다. 양양군청에서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자가 그 짓거리를 하려고 근무시간에 군청을 무단이탈했다. 직원들은 몸이 아파도 허가를 받아야 외출할 수 있다. 책임 의식이 없는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으니, 부정부패 사건이 터지는 것도 당연지사로 생각된다.
예절과 충절의 고향 양양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군민이 나서서 썩은 살을 과감하게 도려내야 할 것 같다.
(편집위원 김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