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아야진 일출’…하늘과 바다가 하나 되는 장엄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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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진은 항구다. 그리고 일출을 가장 아름답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두 개의 대표적인 조망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방파제 끝에서 바라보는 항구의 일출이고, 다른 하나는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마주하는 탁 트인 수평선의 일출이다. 서로 다른 풍경이지만 모두 감탄을 자아낸다.

김정호 화백의’아야진 일출’은 넓게 열린 시야와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으로 보아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일출을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요즘 아야진은 고성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다. 고운 모래사장과 얕은 수심, 해안 곳곳의 갯바위가 빚어내는 풍경은 아름답다. 무엇보다 사방으로 열린 동해는 닫혀 있던 마음마저 시원하게 열어준다.

그 너른 바다 위로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은 마치 우주를 품어 안는 듯한 장엄함을 선사한다. 화면 중심에서 폭발하듯 솟아오른 태양의 빛은 하늘을 물들이고, 그 빛은 다시 바다 위 윤슬로 이어져 수면을 가득 채운다. 하늘과 바다가 하나의 빛으로 연결되는 순간이다.

김정호 화백은 이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강렬한 색채와 과감한 붓질로 태양이 뿜어내는 생명의 에너지를 응축해낸다. 그의 그림에서는 하늘과 바다가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다. 하나의 거대한 생명 공간으로 융합되며 보는 이의 마음까지 빨아들이는 힘을 만들어낸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모네의 「인상, 해돋이」가 떠오른다. 그러나 두 화가가 바라본 일출은 결이 다르다.

모네가 안개 낀 항구와 작은 배를 통해 빛의 순간적인 인상을 포착했다면, 김정호는 인간의 시선을 압도하는 자연의 숭고함과 우주적 생명력을 화면 전체에 폭발시키고 있다. 그의 일출은 풍경을 그린 것이 아니라 ‘빛의 탄생’을 그린 작품이라 할 만하다.

김정호 회화의 가장 큰 미덕은 단순화에 있다. 그는 불필요한 형태를 과감히 덜어내고 자연의 본질만을 남긴다. 그 단순함은 오히려 강렬한 직관과 깊은 인문적 사유를 품는다. 대상의 외형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생명의 본질을 응축해 보여주는 것이다.

‘아야진 일출’은 찬란한 태양의 불꽃이 하늘과 바다를 가르며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거대한 파노라마다. 거친 붓질은 바람의 움직임이 되고, 푸른 색채는 동해의 깊이가 되며, 붉고 분홍빛으로 번지는 광채는 새로운 하루를 여는 생명의 노래가 된다.

무더운 여름날 이 작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실제 새벽 바다에 서 있는 듯한 상쾌함이 전해진다. 그래서 김정호의 ‘아야진 일출’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자연의 숭고함과 인간의 희망을 함께 담아낸, 가슴 깊이 스며드는 동해의 찬가이자 생명의 서사시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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