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40년이 흘렀다.강산이 변한 만큼 변했는데 마음은 무겁다.속초 남자를 만나 설악산에 정착한 게 80년초, 시아버지가 하던 숙박업을 이어 받으면서 시작된 설악동과 인연이 이렇게 흘렀다.
흘러간 과거를 복기하는 것은 부질없지만 지금 설악동의 모습을 보면 정말 숨이 막히고 답답증이 땅이 꺼질 듯하다. 설악산은 그대로인데 설악동은 그야말로 초토화되었다. 요즘 어쩌다 외출하고 돌아오는 밤길 스마일 리조트로 들어오는 어두컴컴한 길목을 만날 때 마다 이게 뭔가 싶기도 할 정도다. 설악동은 유령의 동네처럼 변한지 오래다.
80년대에서 90년대로 이어지는 설악동 호황기를 받친 건 수학여행이라는 단체손님이었다. 설악산은 각급 학교들의 수학여행 선호코스로 각광 받았다.스마일 리조트도 그 흐름을 탔다. 하루 여러대의 관광버스가 몰려온 것도 다반사였다.그게 영원할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수학여행객이 오래 갈 것으로 판단하고 업소를 늘렸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그만큼 시장은 냉혹하다. 관광도 트렌드가 있다라는 불변의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수학여행 퇴조는 설악동에 일격을 가했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진행중이다.변화를 요구받은지 오래다.그럼에도 설악동은 변화가 없었고 수렁에 빠졌다.지금도 변화를 위한 논의와 실행이 이어지고 있지만 반전의 기회를 만들수 있을지..버려진 자식같은 느낌 같다고 할까. 이렇게 철저하게 망가지기도 힘들다.
설악산에 관광객의 발길이 두절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설악산은 최고의 명소고 속초 하면 설악산이다. 설악산 빼고 속초 관광 설명하는 거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설악동은 좀체 잠에서 깨어날 낌새나 움직임이 없다.
설악동은 40여년 되면서 그 자체가 이젠 고유한 모습으로 변했다. 오래된 풍경이 정겹고 편하다는 분들도 있다. 저희 집에 오시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체로 그런 인식이다. 스마일 리조트가 외국인관광객 특화로 방향을 선회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려는 것도 이 점에 대한 착안에서다. 건물 부수고 크게 짓는다고 하늘에서 손님이 떨어지지 않는다. 숙박과 음식 그리고 편안한 휴식이라는 보편성이 선순환 구조로 나가야 하는데 설악동에는 사실 손님들에게 추천할 만한 식당도 딱히 없는 게 현실이다.
날도 차가워지고 손님 감소가 체감되는 요즘 프런트에 앉아 있으면 여러 상념이 겹치면서 우울하게 한다. 정녕 설악동은 희망이 없는가.20대 시집와서 이제 이곳에 뼈를 묻어야 할 정도로 정이 들대로 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설악동의 활기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너무도 안타깝고 안타깝다.분명한 것은 과거에 매몰된 사고로는 안된다는 거다.공급자 위주의 사고도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좋았던 시절 타령 해봐야 흘러간 유행가다.
속초 중앙시장에 장보러 나가던 분주했던 발걸음이 눈에 선하다.그때가 전성기였음을 그 전성기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변화해야 한다는 평범한 교휸을 다시 한번 새긴다.고객을 다시 모신 다는 생각이 먼저다. 그거 없이 막연하게 한건 하는 식으로 언제가 되겠지만 하면 백년하청 아닌가.언제 봐도 좋은 내 인생의 뜨락 설악동에서 다시 한번 꿈을 피울 날이 올까.스마일 리조트 부터 변신을 거듭해야 한다는 각오를 한다.
글:김정금 대표(설악동 스마일 리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