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앞에서 멈춘 행정…절벽이 된 고성군 반암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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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군 반암해변이 무너지고 있다. 한때 넓은 백사장이 펼쳐졌던 해변은 이제 파도와 육지를 가르듯 단차형 절벽으로 갈라졌다. 모래는 쓸려 나갔고, 바다는 더 이상 완충지대 없이 곧바로 육지를 때린다. 이 장면은 자연 풍경이 아니다. 이미 진행 중인 기후재난의 현장이다.

최근 동해안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고파랑과 강풍의 장기화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반암해변의 급격한 침식은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돌릴 수 없다. 연안 구조물 설치와 단기 응급공사의 반복, 모래 이동을 고려하지 않은 해안 관리가 누적되면서 해변은 스스로 회복할 능력을 잃었다. 그 결과 기후 충격은 ‘침식’이 아니라 ‘절벽화’라는 파괴적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가 곧바로 지역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암리는 민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아름다운 해변 마을이다. 해변이 사라지면 관광은 멈추고, 생계는 흔들린다. 이미 백사장이 좁아진 반암해변은 체류형 관광지로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노후 민박과 소규모 상가는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해안 침식은 단순한 자연 손실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공동체 기반을 잠식하는 재난이다.

그럼에도 행정의 대응은 눈에 띄지 않는다. 침식이 가속되는 동안 체계적인 연안 모니터링, 중장기 복원 계획, 기후재난 관점의 대응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임시 모래 투입이나 소규모 보강공사만 반복될 뿐이다. 이는 재난 대응이 아니라, 문제를 다음 계절로 미루는 방치에 가깝다.

기후재난은 어느 날 갑자기 닥치지 않는다. 이렇게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진행된다. 아직 인명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아직 큰 뉴스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면하는 순간, 재난은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넘어간다. 반암해변은 지금 그 위태로운 경계선에 서 있다.

해변 침식은 자연의 책임이 아니다. 관리의 문제이고, 정책의 문제이며, 행정의 책임이다. 기후재난 앞에서 멈춰 선 행정이 계속된다면, 다음 폭풍과 파도는 ‘재해’가 아니라 예고된 결과가 될 것이다.

절벽이 된 반암해변은 묻고 있다.우리는 언제까지 이 붕괴를 바라보기만 할 것인가.

글:김형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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