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영랑호를 위해 뭐라도 하는 사람들’ 이라는 단체명을 보았습니다. 시에서 영랑호에 물에 뜨는 다리를 설치해서, 조금이라도 더 쉽게 영랑호를 왔다 갔다 하고, 동시에 관광자원으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공사가 생태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주니 반대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주도해서 아젠다를 만들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됩니다. 저는 그래서 심정적으로는 많은 응원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정말로 환경을 파괴하는 일인가에 대한 확신이 안 들어서, 끝까지 찬성과 반대 중 하나를 고르지 않았습니다.
영랑호 부교를 둘러싸고 그것을 반대하는 분들과 찬성하는 분들 간에 SNS 상에서 설전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거의 매일같이 교동사거리에는 출근시간에 일인시위를 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물속에 돌을 설치할 때, 반대하는 분들이 영랑호 물속에 들어가서 반대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정말로 대단한 열정이었습니다. 전 시장님은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끝까지 공사를 강행했는데, 여기서 인심을 잃어서 재선에 실패하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설치 첫해인 2021년에 겨울이 되자, 부교의 상류는 얼고 하류는 안 어는 기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반대자들에게 더 힘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해 여름 우려했던 악취나 물이 썩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철새들의 개체수가 줄어들거나 그밖에 환경적 악영향은 보이지 않습니다.
부교를 찬성하는 분들의 논리 중에 속초의 북부권 발전이 필요한데, 영랑호 부교가 그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한편, 영랑호 부교 북쪽에 조성된 대형주차장은 언제나 비어 있었고, 2년이 지난 지금, 부교로 인해서 속초 북부권 경기가 더 좋아졌다는 느낌은 안 들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SNS 상에서 부교 아직도 철거 안 했느냐는 글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표현들이 오히려 부교 반대자들에 대한 인심을 잃게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랑호를 위해 뭐라도 하는 사람들, 이분들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환경을 지켜내기 위해 뭐라도 하고 싶어하는 절박한 마음이 우러나온 표현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영랑호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철거 안 했느냐는 것은, 철거하기로 합의되지도 않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부교 찬성측을 대상으로 설득을 안 하겠다는 것을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철거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어 놓고, 빨리 철거나 하라고 하는 셈입니다. “뭐라도 하는 사람들”, “아직도 철거 안 했는가”, 이런 표현 방식은 중도에 서 있는 사람들을 적으로 돌려버리는 표현입니다.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보고 법원에서 판결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누구나 봐도 알 수 있듯이 환경에 악영향은 안 보입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그 다리에 올라서서 경치들을 보고 산책들을 하며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로 인해 속초 북부권의 경기가 활성화되는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시민단체 활동들은 우리 사회가 꼭 지켜내야 할 소중한 운동입니다. 한편, 시민단체의 판단이 늘 옳지만은 않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 영랑호의 부교를 반대하는 운동은 영랑호를 지켜내고 속초를 지켜내고자 시작된 운동이었지만, 이제는 마무리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한편, 환경을 지켜내고 후손들에게 깨끗한 자연을 물려주고자 하는 정신은 여전히 지켜져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글:최창균 원장(속초가 좋아 서울서 온 치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