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익어가는 속초 여전히 좋습니다. 설악의 모습 바다 여전히 설레게 합니다. 곳곳에 음식 현수막이 걸려 있고 관련 행사도 열려 가보기도 했습니다.
거기서 선보인 음식들이 앞으로 속초의 대표 음식으로 가능성이 있을까요? 그냥 이벤트용 경연요리같은 느낌이죠.그게 속초의 대표음식이 되려면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사랑받고 연륜을 더해야 하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속초가 문화도시 미식도시로 발돋음 한다는 포부가 행사 이벤트로 치장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었습니다.
음식도시는 그냥 그렇게 구축되는 게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지역의 전통과 명성있는 음식을 기반으로 널리 인정을 받는거죠. 속초도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음식이 있었습니다. 명태나 오징요리도 그렇고 소소하게 도치탕 도루묵등 바다향기 진한 친숙한 요리가 있었습니다.식혜도 눈에 선합니다.
그런데 속초가면 이제 그런 음식들이 쉽게 접하기 어렵고 가격도 무척 비쌉니다. 생선구이는 거의 다 외지에서 오는 냉동이라고 하더군요. 속초의 해산물 공급이 바다위기로 예전 같지 않으니 그걸 재료로 하는 음식이 풍성할리 없습니다.항구도시 속초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이 취약해지는데 해산물 중심 음식도시가 제대로 굴러가기 어려운 구조죠.
그래서 요즘 속초가면 먹을 게 없다는 이야기가 여기 저기서 나오죠. 정말 어떤 경우는 이게 돈 주고 먹는 밥상인가 싶을 정도로 불쾌하기 조차 합니다.음식에 정성이 안 느껴집니다. 음식도시는 품격도 중요한데 영 아닌 모습이죠.
속초가 진정 음식을 기반으로 하는 미식도시 문화도시로 발전하려면 그야말로 로컬을 재정의하고 그걸 기반으로 하는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여기저기서 접할 수 있는 음식을 대중화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 요리경연대회의 듣도 보도 못한 요리는 사실 대중성이 없지요.그런 종류는 일식집에서도 인기 없을 겁니다.속초시는 이벤트로 음식도시를 포장하려는 꼼수를 부리면 오히려 외면받습니다.속초가서 풍성하게 이것 저것 먹던 옛시절이 그립습니다.
글:강숙희 (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