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조양동의 중학생들이 아침마다 콩나물 버스를 타고 등교를 하기에 조양동에 중학교를 설립하는 방안이 10년 넘게 논의만 되고 있습니다. 조양동의 중학생들은 콩나물 버스를 타거나, 아니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된 채로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조양동에만 국한된 일이 아닙니다. 대포동, 설악동, 청호동에도 중학교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중학생에만 국한된 일이 아닙니다. 역시 고등학교도 없습니다. 조양동이나 대포동에 사는 속초고등학교 학생은 영랑동까지 버스를 타거나, 아니면 멀게는 10km까지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해서 등하교를 합니다. 한편, 학생 수가 부족해서 학교를 없애야겠다면, 학생 수를 더 늘리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초중고를 나눠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도 됐습니다.
외국의 수많은 나라들이 학교에서 1~12학년을 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볼 때, 지역사회의 학교에 충분한 수의 학생들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대도시에서는 이럴 필요 없이 기존의 초중고로 나눠서 하고, 인구가 적은 지역의 학교에서는 12학년제로 하는 겁니다.
한 학년에 학생 수가 아주 적은 경우, 분교같이 작은 규모의 학교에서는 같은 수업을 두 개 학년을 대상으로 통합해서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이 교육의 질 저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초등교사와 중등교사의 구분도 이젠 뛰어넘을 때도 됐습니다.
만약 교원이 너무 모자라다면, 대학의 계절학기 운영하듯이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 주 혹은 두 주 정도 강사를 초빙하고 학교 사택에서 숙식을 제공하면서, 그 과목만 집중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겁니다. 이때, 수강생은 전교생 혹은 2~3개 학년이 공통으로 수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일반 과목도 수강하지만, 국내외의 능력 있는 교육자를 이런 식으로 초빙할 수도 있습니다. 대학교수를 초빙하거나 해외의 저명한 석학을 초빙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원거리 화상 수업도 많이 발전했습니다.
이렇듯 작은 규모의 학교에서 교육의 질적인 확보(Quality Assurance) 방법은 연구하면 얼마든지 나올 수 있습니다. 이제는 학교 도서관에 많은 책을 갖춰놓지 않아도 됩니다. 전자책(E-book)들을 링크하기만 해도 됩니다. 교과서조차도 태블릿으로 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설악산 자락에 사는 고등학생이 아침에 약간 늦잠도 자고, 혹시 일찍 일어난 날은 설악산 소공원까지 조깅도 하고, 맛있게 아침밥도 꼭꼭 챙겨먹은 후, 걸어서 설악학교에 등교하는 날이 언젠가는 오면 좋겠습니다.
청호학교, 노학학교 같은 지역사회 학교에 걸어서 등교해서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방과 후 클럽 활동이나 봉사활동도 마음껏 한 후, 귀가해서 집에서 저녁을 먹고, 희망하는 학생은 저녁때 학교 도서관에 다시 가서 마음껏 공부하거나, 혹은 집에서 인터넷 상에서 마음껏 자기주도 학습을 하기도 하는 그날이 언젠가는 오기를 꿈꾸어 봅니다.
글:최창균 원장(속초가 좋아 서울서 온 치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