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김호의 세상비평)
강원 북부 4개 시·군의 예산 격차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행정의 방향과 의지, 그리고 주민 삶에 대한 책임감의 차이를 드러내는 결과다.
2026년 기준 인제군의 예산은 6,685억 원. 속초시 5,413억 원, 고성군 4,344억 원, 양양군 4,220억 원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압도적이다. 인제는 속초보다 1,272억 원, 고성보다 2,371억 원, 양양보다 2,465억 원이나 많다. 입이 떡 벌이지는 격차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됐는가. 인제군 관계자의 설명은 간단하다. “국도비 공모사업에 많이 선정된 것이 핵심이다.”
결국 답은 명확하다. 정부 재정 구조가 이미 오래전부터 ‘공모사업 중심’으로 전환됐음에도, 어떤 지역은 이를 기회로 삼았고, 어떤 지역은 사실상 방치했다는 것이다.
인제군 공무원들은 주민 소득과 직결되는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 결과를 예산으로 증명했다. 공모사업 선정은 단순한 행정 성과가 아니라 지역 미래를 선점하는 경쟁이다. 인제는 그 경쟁에서 이겼다.
반면 속초·고성·양양은 무엇을 했는가.
관광객 숫자에 집착하며 리조트, 콘도, 호텔, 생활형 숙박시설 유치에 매달리는 동안, 정작 주민 소득과 직결되는 공모사업 경쟁에서는 뒤처졌다. 외형적 개발에 몰두한 대가로,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을 놓친 셈이다.
그 결과는 냉정하다. 임기 동안 수천억 원 규모의 국도비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흘려보냈다. 이를 단순한 ‘아쉬움’으로 치부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다. 이는 명백한 기회손실이며, 결국 주민 몫의 미래를 소모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이병선 시장과 함명준 군수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예산 수치는 선택의 결과이고, 그 선택이 지역의 격차로 나타났으니, 이에 대한 설명과 책임 역시 피할 수 없다.
지금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변명이 아니다. 왜 공모사업 경쟁에서 뒤처졌는지, 어떤 전략 부재가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만회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다.
인제군의 사례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공무원이 고민하면 예산이 늘고, 예산이 늘면 주민 삶이 바뀐다. 반대로 행정이 안일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간다.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바꿔야 한다. 관광 개발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주민 소득과 직결되는 공모사업, 산업 기반, 지속 가능한 재정 확보 전략이 함께 가야 한다.
지금과 같은 격차가 계속된다면, ‘관광지’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채 속고양 지역은 점점 더 빈곤해 질 것이다.
양심이 있다면, 속초 이병선 시장, 고성 함명준 군수, 양양 김진하 군수는 주민들에게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이들이 날려 버린 기회손실 비용이 추정컨데 1조 5천억원이다.
너무나 씁쓸하고 어처구니없는 결과다.
편집위원 김호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