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간성읍 어천리는 찾아가기 쉽지 않은 산촌이다. 지역에서도 그 마을의 존재나 위치에 대해서 낯설어 할 정도다. 그런데 요즘 어천리가 뜨고 있다. 하늬라벤더 팜 때문이다. 조용하기 짝이 없던 산촌마을이 1일 방문객 수 천명으로 북적거린다.
귀촌 농부 하덕호 사장이 10년 공을 들여 일군 라벤더팜이 산촌의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입구에서부터 코끝을 휘감는 라벤더 향기가 매혹적이다. 6월이면 순례자들처럼 관광객들이 각지에서 몰려들고 있다. 올해도 20여일간 개장했는데 방문객이 10여만명이다. 주차공간이 없을 정도로 발길이 붐비는 명소가 되었다.
입장료를 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멀리서 찾아와서 돈 내도 아깝지 않은 장점이 있다는 증거다. 유명한 가수가 와서 공연을 해서가 아니다. 먹거리가 대단해서가 아니다.
보라색 라벤더의 풍경과 그 갈피를 수놓은 양귀비 그리고 호밀밭과 메타세콰이어 나무숲이 전부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벤치에 앉아 사색에 잠기고 향기를 맡는 사람들이 순례의 모습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그 덕에 라벤더 아이스크림은 대박이고 관련 용품판매도 짭짤하다.
하늬라벤더팜이 주는 시사점은 사실 단순하다. 장소가 괜찮으면 사람들이 몰린다는 평범한 관광전략을 실증한다. 지역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다양한 축제를 열고 있지만 이 농장 하나에 비교가능한 사업이 없는게 사실이다.
오픈기간 동안 라벤더 축제라는 이름을 붙이지만 정원을 구경하고 산책하고 즐기는 모습 자체가 축제다. 별도로 천막을 치고 음식마당을 펼친 구태의연한 모습은 없다. 라벤더향기와 숲속에서 이어지는 작은 음악회만으로도 감동은 충분하다.
왜 라벤더 마을에 환호하는가? 원재료가 좋기 때문이다.
라벤더를 특화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상품만으로도 사람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어거지로 뭘 설치하고 만들고 하는 인위적인 접근방식이 아니다. 실제로 국내 모든 지자체가 최소 5개 이상의 각종 축제를 년중 내내 실시한다. 하지만 거의 모든 축제들이 음식부스, 특징 없는 체험으로 비슷비슷하고 기억할만 것이 별로 없다. 그러고도 몇 명이 왔으니 경제효과가 얼마라는 안일한 수치만 제시한다. 방문객들의 만족도는 별반 관심 없고 그런식으로 지역관광이 진흥된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방식이 지역의 관광과 경제를 얼마나 견인하고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라벤더마을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장소마케팅이다. 매력적인 장소를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이다. 장소는 역사적 장소일 수도 있고 즐거움을 주는 장소일 수도 있다. 장소 콘텐츠 자체가 괜찮으면 찾아와서 즐기고 물건을 사가고 식당도 이용하는 선순환구조가 이어진다.
라벤더 축제는 한 개인이 자력으로 일군 쾌거다. 소셜미디어에 고성 하늬라벤더팜에 가서 좋았다는 칭찬일색의 도배가 진정 고객이 원하는 축제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한사람의 귀촌인이 지역관광이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하는지 근사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게 바로 지역경쟁력 제고다.
신창섭(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