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 이름 그대로 ‘무릉도원’이라 불릴 만큼 산림 경관이 빼어나다. 금강산 제1봉인 신선봉 아래 펼쳐진 계곡은 유리알처럼 맑고, 울창한 소나무 숲은 사계절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산과 물, 숲이 어우러진 이곳은 고성이 가진 최고의 산림자원 가운데 하나다. 예부터 이상향이라 불린 ‘도원’이라는 지명에 걸맞게 치유와 휴식의 잠재력이 매우 큰 공간이다.
이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그동안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됐다. 지게를 진 농부상, 곤충박물관, 도자기체험장, 산림체험시설등 다양한 사업이 추진됐다. 보기 드문 너른 주차시설까지.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초라하다. 모든 시설이 장기간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시설은 남았지만 사람은 떠났고, 콘텐츠는 사라졌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공간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후의 대응이다. 활용 방안을 둘러싼 논의는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실패 원인에 대한 냉정한 진단 없이 새로운 사업만 구상하는 방식으로는 같은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고성군에서는 산림경영 활성화를 위한 성장전략이 다각도로 모색되고 있다. 방향은 옳다. 고성은 바다만 있는 도시가 아니다. 설악과 금강을 잇는 산림자원, 동해안을 품은 해양자원을 함께 가진 전국에서도 드문 지역이다. 이제는 ‘바다 관광’ 중심에서 벗어나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복합 생태관광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그리고 이게 주민소득으로 연결되는 산업생태계로 자립잡아야 한다.
그 출발점이 바로 도원리여야 한다.
도원리는 고성 산림경영의 가장 현실적인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이미 기반시설이 조성돼 있고, 자연환경은 검증돼 있으며, 실패 사례까지 축적돼 있다. 새로운 예산을 투입하기 전에 기존 시설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운영 시스템은 왜 실패했는지, 민간 참여는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체류형 산림관광은 가능한지 등을 실증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산림경영은 나무를 관리하는 사업이 아니다. 사람을 불러들이고 지역에 머물게 하는 산업이다. 숲길과 치유 프로그램, 산림교육, 목재문화, 지역 먹거리, 숙박과 관광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산림은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자산이 된다.
도원리에는 이미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할 조건이 충분하다.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시설이 아니라 운영 철학과 콘텐츠다. 여기에 규제를 극복하는 정책적 의지가 절실하다.
고성군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을 계속 늘릴 것인가, 아니면 실패한 사업을 되살려 지속 가능한 모델로 만들 것인가.
도원리를 살리지 못한다면 어떤 산림경영 전략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반대로 도원리가 성공적으로 재생된다면, 그것은 고성 산림정책 전체를 이끄는 표준모델이 될 수 있다.
산림은 미래의 먹거리다. 그러나 그 미래는 새로운 건물을 짓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이미 있는 자산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된다.고성 산림경영의 시험대는 바로 도원리 무릉도원이다. 그 해법을 찾는 일이 곧 고성의 미래를 여는 첫걸음이다.
설악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