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호반의 명소 속초 수목농원에도 새봄 내음이 물씬 난다. 수국정원은 아직 겨울잠 분위기지만 다양한 꽃들이 가득 자리한 판매장은 향기가 좋다. 작년보다 다양한 식물들이 더 풍성하게 수놓고 있다.
온 김에 수목정원을 한바퀴 돈다. 영랑호가 내려다 보이고 먼발치 설악의 설산이 잡힐 듯 다가오는 풍경은 절묘한 조화다.아직 수목에 싹이 나고 꽃을 피우기엔 기다림이 필요하지만 정원 산책길은 감성을 채우기 충분하다. 계절변화의 길목임을 확연히 보드라워진 흙길을 은연중에 말해주고 있다. 바람결도 좋고 날씨도 그만이다.
수목농원에 특이한 나무 한그루 서 있다.아래 부분에는 검게 탄 부분이 그래도 인데 잘려나간 위부분에 가지가 물이 오르는 분위기 역력하다.애처롭기 조차하다.아마도 머지 않아 새순이 거의 죽다시피한 고목나무에서 다시 피어 오를 것이이다. 이 나무는 2019년 4월 4일 고성산불 당시 불에 탄 나무다. 수목정원 1만여평이 산불로 소실된 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은 나무다.산불이재민 김경혁씨가 산불불로 잿더미가 된 땅을 정원으로 일구면서 동병상린의 마음으로 나무를 어루만지면서 살려 놓은 것이다.
첫해는 다 죽어 가는듯 했지만 마치 부상병이 생명의 부활을 맞듯이 해가 가면서 새순을 선보이면서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한 생명력을 느낀다.김경혁은 산불 피해의 고난속에 수목정원을 일구면서 재기를 시도하고 있고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정원 일을 하다가 지치고 무기력해지면 이 나무를 물끄러미 마주하면서 힘을 얻는다고 한다.
산불 5년, 악몽같은 산불의 상처는 저 불탄 상태로 서 있는 고목처럼 다 아물지 못했다.이재민들에게는 다시 한번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날이다. 산불 피해보상을 비롯해서 산불지역 회복등 여러 가지 과제들이 미완의 상태고 여전히 쟁송이 진행중이다.지나고 보니 말만 요란했지 결국 산불 피해민만 고통의 세월이었다.금방 다 해법을 찾은 듯 그럴싸한 약속들은 다 허공에 날라가 버렸다. 실의와 실망 가득한 산불 발생 5년을 맞는 마음 쓰리기 짝이 없다는 게 이재민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수려한 풍광의 속초수목정원에서 맞는 4월의 봄바람이 역설적인 게 그래서다.홀로 남아 이곳이 산불피해지역임을 증언하고 있는 고목나무에 말을 걸어 본다.그렇게라도 위안받고 싶은 산불 5년의 세월이었다.아픔의 언덕에서 다시 맞는 봄의 갈피는 여전히 잔인하다.
글:김형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