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수 직인이 기업을 죽였다…행정권력의 개인재산권 강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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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9일. 고성군 관광문화과는 화진포관광개발주식회사에 군유재산 토지사용(변경)동의서를 발급했다. 관광정책담당 김동완의 결재를 거쳐 관광문화과장 이성수가 최종 서명했고, 고성군수의 직인이 찍혔다. 지극히 정상적인 행정행위였다.

그런데 6년 후, 이 공문서는 돌연 “존재하지 않는 문서”가 됐다. 더 나아가 “고소인이 위조한 문서”로 둔갑했다. 그 주장을 한 것은 다름 아닌 고성군수였다.함명준 군수는  고성군이 발급한  동의서를 ‘발급 사실이 없다’면서 부정했다.

행정권력이 민간기업을 압박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인허가 지연, 부관 조건 강화, 사업 취소. 그러나 이 사건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자신들이 발급한 공문서를 법원에서 “위조”라고 주장하고, 감정대상이 다른 인영감정서까지 첨부해 재판부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판사는 지자체장 명의의 공문을 의심하지 않는다. 현직 군수가 직접 제출한 사실조회 회보서를 허위라고 생각할 재판부는 없다. 피고소인들이 노린 것은 바로 그 신뢰였다. 행정의 공신력을 방패 삼아 사법 판단을 왜곡하는 것, 이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화진포국제관광휴양지 생활숙박시설 사업부지의 97.5%는 군유지다. 민간기업이 사업을 하려면 군의 토지사용동의가 필수다. 이 구조에서 지자체는 절대적 갑이다. 동의서를 쥐고 있는 한 언제든 사업권을 흔들 수 있다.
화진포관광개발은 2019년 전임 이경일 군수 시절 사업 합의를 마쳤다. 2020년 착공을 목표로 군부대 설계를 완료했고, 건축설계·환경영향평가·지질조사·측량·분묘이장까지 마쳤다. 롯데건설·신세계건설의 시공 의향서, 카카오페이증권 2300억 원 PF 금융 의향서도 확보했다. 5년간 약 60억 원을 쏟아부은 사업이었다.

2020년 4월, 함명준 군수가 보궐선거로 취임했다. 그 직후부터 브레이크가 걸렸다. 건축심의가 두 차례 반려됐다. 통상 1년씩 연장하던 사업기간을 난해한 부관 조건을 달아 3개월로 쪼갰다. 결국 부관 불이행을 이유로 5년을 준비한 사업이 일시에 취소됐다. 그리고 사업권은 호반으로 넘어갔다.투입한 60억 원 중 고소인이 회수한 것은 산지복구비 예치금 2억 2400만 원뿐이었다.

사업권을 넘겨받은 호반은 5년이 넘도록 착공하지 않고 있다. 더 주목할 것은 사업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호텔형 생활숙박시설 자리에, 소수만 출입할 수 있는 프라이빗 회원제 콘도가 들어서는 방향으로 강원도청에 상정돼 있다.
“국제휴양관광지”를 표방한 화진포에 호텔 한 실 없이 폐쇄형 회원제 시설만 들어서는 것이다. 공익을 위해 사업권을 취소했다는 명분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과정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헌법 제23조는 재산권을 보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재산권 침해가 얼마나 정교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가 작심하면, 공문서 한 장을 뒤집고 법원에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민간기업 하나를 무너뜨릴 수 있다.

고소인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결국 그 공문서를 손에 쥐었다. 6년이 걸렸다. 그 6년 동안 기업은 사업권을 잃었고, 투자금을 날렸다. 지자체의 조직적 대응 앞에 개인과 기업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이 사건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강원경찰청이 이 사건을 어떻게 다룰지 주목된다. 허위공문서 작성은 형사 범죄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지자체 권력이 재산권을 이런 방식으로 박탈할 수 있다면, 군유지 위에서 사업하는 모든 민간기업은 언제든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군수 직인 하나가 기업을 살렸다가 죽였다는 논란의  수사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설악투데이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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