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를 맞아 갯배 타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갯배는 누가 뭐래도 속초의 상징이자 관광 핫포인트다. 가장 속초다운 관광지다.실향민 이주도시인 바다 속초의 역사 문화적 문맥이 흐르고 있는 곳이다.변화의 쓰나미속에 속초 현대사가 여전히 숨쉬는 마지막 공간이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 이런 풍경도 대격변을 맞을 듯하고 어쩌면 갯배 주변의 풍경은 이제 모두 추억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미 갯배 앞 가게들 절반은 재개발에 넘어가 문을 닫았다. 진양횟집에서 황소상 사이에 몇 개의 가게만 맹맥을 유지하고 있다.정겹고 소곤소곤 말을 걸듯,걷기 좋은 포근한 거리 였는데…
이런 쇠락속에 이스턴관광호텔 부지에 43층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한다.재개발 명분이지만 개발이 아니라 소멸되는 상황이 닥친다.속초의 정취와 역사문화가 살아 숨쉬는 갯배 공간은 그야말로 초고층의 그늘에 가려지게 된다. 나직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생선구이 냄새를 풍기고 옹심이 뚝배기를 내놓고 왁작지껄하던 하던 항구다운 골목길 풍경은 종말을 맞게 되고 갯배 타러가는 길목의 정취나 느낌 또한 소멸될 게 뻔하다.속초 경쟁력 공간을 상실하는 셈이다.
이곳 바다는 그냥 바다가 아니다.속초의 태동지다. 역사가 있고 삶의 흔적이 쌓여 있고 실향민의 발길이 남아 있는 곳이다.그 모든 페이지가 43층에 묵살되는 대붕괴를 맞게 된다.
속초시는 난개발 논란에 대응하는 경관계획 수립을 한다고 발표했지만 감감무소식이고 여전히 아파트 인허가 특히 해변 초고층은 이어지고 있다. 속초시가 해변경관 보호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광지 개발 명목이라고 하지만 이건 관광지 미래에 먹칠하는 자살골이나 다름없다. 바다경관이라는 원천 자원을 뭉개는 작업을 서슴치 않으면서 바다 자랑을 하는 모순에 빠지는 형국이고 이 불치의 병은 치유할 기미가 없다.
이스턴호텔 부지 43층 아파트는 속초난개발 막장 드라마의 클라이막스를 칠 것이다. 더 이상 속초 해변경관은 없다. 있다면 초고층 아파트 거실에 사는 사람들의 몫이다.
이에 덧붙여 교통 환경등 부정적 영향은 더 이상 논외로 하더라도 항구도시 속초는 그 의미를 상실한다. 갯배의 운명 또한 유사하게 전개될 것이다. 초고층 아파트 사이를 비집고 간신히 올라타 반쪽으로 기형화된 아바이 마을을 가는 게 속초관광의 대표상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슬픈 시나리오이자 다가올 씁쓸한 현실이다.
광고와 홍보는 요란하지만 갯배 바로 뒤에 선 43층 아파트 모습, 속초시민과 그 일대 상권은 그와 반대로 왜소해질 것이다.누구를 위한 43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글:박도형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