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사상가 허균은 『성소부부고』 「호민론」에서 이렇게 외쳤다. “천하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백성뿐이다.” 그는 백성을 항민·원민·호민으로 나누어 시대를 진단했다. 항민은 눈앞의 생계에 지쳐 지시에 순응하는 이들이고, 원민은 부당함을 견디며 탄식에 머무는 이들이다. 그리고 호민은 불합리를 인식하고, 시대의 변고 앞에서 스스로를 실천하는 시민이다. 기득권이 가장 두려워한 존재가 바로 호민이었다.
오늘의 고성에 이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항민으로 남을 것인가, 원민으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호민으로 일어설 것인가. 지방의회는 주민의 삶을 대변하는 최전선이다. 그 자리에 선 이들이 주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제도의 신뢰로 번진다. 그래서 분노는 감정에 머물 수 없고, 판단은 투표로 이어져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는 심판의 시간이다. 심판의 기준은 분명해야 한다. 첫째, 일을 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말이 아니라 성과로, 구호가 아니라 실행으로 증명해야 한다. 둘째, 지역에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단기 성과가 아닌 중장기 계획, 개인의 이해가 아닌 공동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주민을 두려워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설명하고 설득하며, 잘못 앞에서는 사과할 줄 아는 정치가 필요하다.
정당의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떠나, 고성의 삶을 바꾸겠다는 실력과 윤리를 갖춘 인물이 의회에 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허균이 말한 호민의 정치이며, 오늘의 주권자인 주민이 선택해야 할 길이다.
허균은 민본을 말했고, 우리는 주권을 말한다. 시대의 언어는 달라도 핵심은 같다. 권력은 주민에게서 나오며, 주민 앞에서만 정당하다. 내년 선거는 그 단순한 진리를 다시 세우는 날이어야 한다. 항민도, 원민도 아닌 호민의 선택으로 고성의 지방자치가 다시 신뢰를 회복하길 기대한다.
글:유자인(시민논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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