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조정승은 설악에 푹 빠져 있다.전남 진도가 고향인 그가 속초에 정주하면서 지역의 산하를 화폭에 담아 내는 방식은 귀소 본능을 같은 거랄까.극과 극은 통하다고 그의 고향 섬 진도는 지금 사는 속초와 결은 다르지만 닮은 점이 있다.
바다가 출렁이고 깎이질듯 산세가 유난하니 말이다.조정승은 그리움을 쏟아 내려는 듯 설악의 많은 봉우리과 바위, 길을 그렸다.그것도 큼직한 대작이 주를 이룬다. 울산바위를 비롯해서 보광사 지정전에 전시중인 바위 시리즈가 그러한데 이번에는 속초팔경을 담는 작업에 착수 그 첫 작품으로 속초등대와 영금정을 속초 미협 송년미술전에 내놓는다.오는 9일 부터 14일까지 속초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린다.60호 짜리다.
속초 동명항에 위치한 영금정은 속초 팔경중 1경이다. 조선시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비선대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후대에 영금정이라 불려지고 있는데 서사가 있는 명소다.파도소리가 거문고 타는 듯 울림의 탄조가 깊고도 다채롭다.애절한 거문고 뜯는 소리라 비유해도 하나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속초역사의 애환과 시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곳이기도하다.
조정승은 속초어업의 상징인 하얀등대를 중심에 놓고 영금정을 좌측에 실경처럼 배치했다.흰포말의 파도가 거문고처럼 화폭에 물결을 일으킨다.구름도 포말의 흰색으로 두등실 떠 있고 그렇게 보니 흰색의 조화가 가득 다가온다.현실적 물결이 치는 영금정과 사뭇 다른 선경의 분위기로 초대한다.그 정상의 흰등대는 희망을 소리치면서 말하고 있다.조정승은 “여러번 가서 보고 느끼고 하면서 스캐치했고 여러 달을 공들여 완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머지 8경도 순차적으로 완성해서 속초8경 연작 시리즈를 낼 예정이다. 그의 한국화 작업이 산하를 넘어 우리 곁에 좀더 다가오는 모양새고 한국화로 속초 명승지를 소개하는 좋은 전기를 마련할 듯하다.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