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꽃은 결국 피어납니다
고통은 결코 잊히지 않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무게는 가벼워집니다. 떠난 이들은 돌아오지 못할지라도, 그들에 대한 기억은 우리 내면에 살아 숨 쉽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삶은 계속해서 흐릅니다. 사람은 잊을 수 없는 고통의 흔적을 안고 살아가지만, 결국 그 상처는 처음만큼 아프지 않은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우리는 지금 바로 그러한 시절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많은 분이 ‘세기적 재앙’이라 불렸던 그 일을 잊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잠시 그날을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2023년 2월 6일 현지 시간 새벽 4시 17분, 튀르키예에서 수많은 가족을 적막 속에 빠뜨린 깊은 울림과 함께, 국가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재난 중 하나가 발생했습니다. 카라만마라슈를 중심으로 발생한 두 차례의 지진으로 공식 집계상 5만 3천 명 이상의 귀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뒤에 남겨진 것은 5만 3천 개가 넘는 아픈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 상처를 치유해 온 어린이 구호단체 ‘굿월드(Good World)’의 활동가로서 이 글을 씁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시들었던 꽃이 다시 한번 꽃망울을 터뜨리는 희망에 관한 기록입니다.
튀르키예어에서 ‘봉사자’라는 단어는 인간의 내면에서 우러나와 진심으로 바쳐지는 헌신을 의미합니다. 이 이야기는 커다란 사랑을 품은 한국의 작은 도시, 속초 시민들의 마음이 튀르키예의 지진 생존자들에게 닿아 피워낸 희망의 이야기입니다.
지진이 휩쓸고 간 자리는 온통 먼지와 흙, 그리고 잿빛 잔해뿐이었습니다. 한때 끝이 없을 것 같았던 고통은 이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자라났습니다. 텐트에서 학교에 다녔고, 무너진 잔해의 그림자 아래에서 뛰놀며 성장했습니다.
굿월드가 내민 손을 맞잡은 이들 역시 함께 성장했습니다. 지진 당일에 태어난 아기 엘리프가 어느덧 자랐고, 키우던 새들을 구하려다 다쳤던 세 쌍둥이 자매 아시아, 아슬리, 아시는 다시 꽃처럼 밝게 피어났습니다. 집을 잃었던 나지페 아주머니와 아이들은 다시금 그곳을 따스한 보금자리로 일구어냈습니다.
제 마음을 따뜻하게 적셨던 기억 하나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더 정확히는, 감사의 메시지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지진 직후부터 굿월드가 곁을 지키며 지원해 온 나지페 아주머니께서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의 예쁜 딸, 라비아… 지진의 그 고통스러웠던 첫날부터 어린이 구호단체 굿월드와 당신은 우리를 한 번도 잊지 않았어요. 내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도 결코 멈추지 않았죠. 당신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들었고, 직접 우리를 방문해 식탁에 마주 앉아주었으니 우리는 이제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당신들은 우리의 기도 속에 항상 머물고 있어요. 이 인연은 결코 끊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게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이제 제가 양과 소를 사서 스스로 생계를 꾸리고 아이들을 돌볼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에게 주시던 장학금은 이제 더 큰 어려움에 처한 가족에게 전해주셨으면 해요. 그 집 아이들도 우리 애들처럼 행복해질 수 있도록요. 우리 삶에 닿은 그 모든 도움에 깊이 감사하며, 모든 이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빕니다. 저의 감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이것이 어린이 구호단체 굿월드가 내민 도움의 손길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결실이 아니겠습니까? 아주 작은 도움의 행위가 어떻게 커다란 마음들을 어루만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아니겠습니까? “나는 이제 회복되었으니, 이제 다른 사람의 차례입니다”라고 말하며 연대의 사슬에 새로운 고리를 더하는 이 생존자야말로, 꺾이지 않는 자비의 유대를 보여주는 가장 고귀한 본보기가 아니겠습니까?
말해 주세요… 정성껏 물을 주고 사랑을 쏟으며 기억해 주는 모든 꽃은, 언젠가 반드시 피어나지 않을까요?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속초 보광사에서 ‘백년 타임캡슐 기념비’를 세웠던 그 아름다운 인연을 통해 알게 된, 한국의 작지만 사랑 넘치는 도시 속초시와 보광사. 시민 여러분입니다. 튀르키예와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끊임없이 손길을 내어주시는 속초 시민분들, 그리고 어린이 구호단체 굿월드의 모든 회원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글:라비아(튀르키예 꼰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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