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기도로 그린 겨울…용촌리 화가 박동국의 ‘내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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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 용촌리 박동국 화가의 내린천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향의 시린 겨울을 보는 듯하다. 아마도 그의 확실한 고향, 그 마음속에 오래 간직해온 화첩 속 풍경이 아닐까 싶다. 눈은 저렇게 내리고, 또 덮였을 것이다. 그 시절에는. 어쩌면 지금도 그럴지 모른다.

순백의 세계, 담백한 세계. 세속과 멀리한 구도의 세계를 표현해내는 박동국의 기법은 놀랍도록 섬세하고 치밀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그림은 따뜻하다. 내린천의 겨울은 겨울의 상징처럼 불리는 지역이지만, 그중에서도 작가는 가장 내밀한 삶의 후미진 곳을 향해 붓을 내린다. 그 시선은 가장 낮은 곳을 향하는 기도 같은 마음이다.

산 아래 소나무가 기다리듯 지켜 서 있고, 그 아래 작은 집 한 채가 있다. 인기척 없는 침묵만이 이 겨울을 표현하고, 이 겨울을 말해준다. 깊은 산속, 한적하고 외딴 풍경은 우리 시대의 외로움을 닮았고, 동시에 우리를 위로한다.

문득 상상해본다. 종종 주인이 장을 보러 나서며 오솔길을 걷는 모습은 어떨까. 그 모습을 떠올리니 가슴이 시리고, 괜히 그 집으로 가 말을 건네고 싶어진다. 그림 속에는 사람이 없지만, 삶은 분명히 있다.

박동국의 내린천은 침묵과 기도로 이 스산한 겨울을 향해 우리에게 함성을 지른다. 역설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가장 많은 말을 건네는 그림이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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