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백도항, 윤기나는 갈색 미역의 향내가 꼬끝을 사로잡는다.햇살을 받어 더욱 더 싱싱하게 빛나는 이 미역은 해녀가 앞바다에서 직접 따 온 것이다.
미역을 다듬는 해녀 A씨는 “ 바다 깊숙이 들어가 낫으로 베어 망태기에 담아 올라 온다”고 말했다. 줄기를 하나 떼어준다. 아삭 아삭한 식감과 향기가 입안 가득 퍼지면서 식욕이 돋는다.아무런 양념 없이 그냥 먹어도 그만인 천연 그대로의 맛이다.미역은 봄철 지역의 에너지였다.
해녀는 봄철 날마다 이렇게 물질을 해서 한단씩 묶어 시장에 내다 판다. 미역채취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바다 오염 때문이다. 청정 바다가 그동안 해변가 난개발로 많이 오염돼 해초가 사라졌다는 것. 일부지역은 바다밑이 하얗게 백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오래전 미역이 지역에 봄철 주요한 먹거리자 산업이었던 적이 있다. 노를 저어 바윗돌 근처에 가서 마역기계를 내려 정말 산더미처럼 미역을 채취해 왔다. 그걸 청간정 앞 백사장 굵은 모래에 널어서 말려 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 시즌은 파시가 형성돼 장사꾼들도 몰렸고 미역으로 강냉이도 바꿔 먹던 시절이었다. 동네 아낙들은 어쩌다 파도가 치면 백사장에 나가 갈고리로 떠밀려 오는 미역을 주워다 속초시장에 나가 팔았다.
어머니도 그렇게 했다. 고무다라에 가득 담아 속초 문천당 들어가는 골목길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한단에 5원씩 팔아 고무신를 사가지고 오셨다. 주마등처럼 스치는 아련한 사진첩이다.
이제 미역도 귀해졌고 그 만큼 미역채취로 활기 나던 봄철 해변 풍경도 추억속으로 잠겼다. 그래서인지 백도항에서 자연산 미역을 채취해 다듬는 해녀의 손길이 더 귀해 보이고 반가웠다.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