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균원장 독서일기) ‘외로움의 습격’이 주는 메시지

0
238

3개월쯤 전에 속초시립도서관에서 김만권 박사님의 강의를 듣고 그분의 책 ‘외로움의 습격’을 구입해 읽어 보았습니다. 특이하게 여겨졌던 것은 작가는 정치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외로움이라는 키워드로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간 점입니다.

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얘기를 할 때는 존대말을 쓰지만, 글을 쓸 때는 “~이다. ~한다.” 라는 방식으로 글을 쓰는 데 반해, 이분은 글을 쓰는 데도 존대말을 썼습니다. 사실 저도 글을 쓸 때 항상 존대말로 쓰기는 합니다.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는데, 좀 더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강의 후 어떻게 정치학자가 외로움을 주제로 강의도 하고 책도 썼느냐고 질문을 했는데, 이분은 자신의 세부전공이 정치철학이기에 가능했다고 답을 하시네요. 저는 이날 이 분이 휴머니스트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외로움이라는 키워드 뒤에 세상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접근이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에서는 외로움에 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서술합니다. 그리고 2장에서는 디지털 혹은 AI 시대에 분배격차가 심화될 것을 이야기 합니다. 경제학 혹은 사회과학적인 이론들이죠. 3장에서는 빅데이터도 소득 및 분배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그럼으로써 서민들을 더 외롭게 만들 것임을 설명합니다. 4장에서는 능력주의의 부정적 측면을 설명하고, 5장에서는 습격한 외로움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외로움은 친구가 좀 없거나 혼자 떨어져 나와 살 때 느끼는 정도의 외로움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구조적인 약자가 되고 소외되는, 보다 넓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계급혁명이나 투표에 의한 정치적 투쟁 등을 얘기하지 습니다. 그 대신에 경청하기, 기본 소득, 생애주기 자본금 등의 매우 인간적이고 평화적인, 우리 삶의 소소한 시각에서 현실적인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김 안 나면서 뜨겁다는 얘기가 있죠. 저자는 아이들의 아빠로서 소시민으로서 정중하고 소심한 매너남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평화롭게 사회를 바꿔 나가고 가꿔 나가고 지켜 나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한편으로는 거대한 힘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문명의 발달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빈부의 격차도 점점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국가에서 사회복지 시스템을 가동시켜도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구온난화의 위기가 점점 크게 대두되고 있는데, 이 또한 거대 자본가가 망가뜨린 환경으로 인해 약자들이 먼저 고통받고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지구 환경파괴 및 지구온난화와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의 발달도 분배격차가 심화되며 약자들이 더 힘들어지게 됨을, 저자는 외로움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여 우리에게 보다 설득력있게 접근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급발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소소한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폭주하기만 하는 기관차의 끝에는 멸망이 기다리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글:최창균 원장(속초가 좋아 서울서 온 치과의원)

댓글 작성하기!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