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심으로 그려낸 얼굴, 독보적인 작품 세계 구축한 고성의 예술가 김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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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 성대리 초입, 낡은 건물 외벽에 ‘신선봉 가든’이라는 오래된 간판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이곳은 철심 작가 김용진의 작업장이다. 그는 철심이라는 독특한 재료를 통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작가다.

성대리에 정착한 지도 어느덧 10여 년. 런닝셔츠에 군복 바지를 입은 그의 모습은 마치 전장의 병사 같다. 무더위 속에서도 온몸은 땀에 흠뻑 젖어 있고, 그의 일상은 곧 노동이다.

그는 철심으로 만들어낸 스티브잡스의 초상 앞에 서서 작품을 설명한다. 한쪽에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시선을 조금만 틀면 배우의 우아한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철심으로 인간의 얼굴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기발한 발상인데, 김용진은 이를 현실로 만들어냈다. 세계적으로도 유일무이한 스타일의 작가다.

그는 철심의 다양한 형태와 굵기를 활용해 형상을 만들어낸다. 마치 수술 바늘을 하나하나 꽂듯, 세밀하고 정교하게 철심을 세우고 조정하는 이 작업은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특수한 영역이다. 김용진은 오롯이 자신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이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일구어왔다.

철심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아니다. 그는 직접 기계를 설계하고 제작해 철심을 만들어 사용한다. 철저히 손으로 이루어지는 이 작업은 처절하리만큼 고된 노동이며, 고행에 가깝다. 수천 번의 철심이 들락날락하며 하나의 형상이 완성된다. 그렇게 해서 오드리햅번의 미모도, 한국의 달항아리도 탄생했다. 철심 하나는 단순해도 그 조합이  표현해 내는 영역은 기기묘묘하다.음영,질감, 원근이 다 드러난다.생동감이 톡톡 튄다.붓질 없는 화폭이 주는 마력이다.

재료의 특수성, 형상의 독창성, 그리고 예술적 감각이 결합되며 김용진의 철심 작품은 창조적인 아우라를 발산한다. 흉내낼 수 없는, 오직 그만의 장르다.

숨만 쉬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 속에서도 그는 마치 초병처럼, 또는 은둔의 수도승처럼 철심 앞에 묵묵히 앉아 있다. 바늘 같은 철심 하나하나를 놓으며 그는 기도하듯 정진한다.

예술이 위대한 이유는 그 독창성에 있다. 그 점에서 김용진은 분명 성공했고, 그의 메시지는 이제 새로운 언어로 부활하고 있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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