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借景)의 은혜를 망각한 난개발… 고성군 울산바위 초고층 아파트 추진 거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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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과 울산바위는 단순한 자연의 산물이 아니다. 그 웅장한 비경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고, 그 아름다움을 빌려 살아가는 이들에게 설악권은 터전이자 평화 그 자체다. 자연의 풍광을 그대로 빌려 누린다는 ‘차경(借景)’의 지혜는 이 지역 주민들이 대대로 누려온 가장 큰 축복이자,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대체 불가능한 최고의 관광 자원이다.

그러나 최근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원(원암리 산 89-2번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립이 추진되면서 이 소중한 가치가 백일하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미시령터널에서 속초로 내려오는 우측, 원암저수지 너머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울산바위의 핵심 조망처 코밑까지 초고층 아파트를 세우겠다는 작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행정구역상 고성군이라는 이유로, 혹은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대한민국 최고의 비경을 콘크리트 숲으로 가로막으려 하는 난개발이 도를 넘고 있다.

지자체들은 입으로는 관광 활성화와 경관 가치를 부르짖지만, 실상은 인허가 장사에 몰두하여 자연을 난도질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고성군의 인허가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되고 강원도 심의만을 남겨둔 이번 아파트 건립 사태는 그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주민들과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번 사태는 비단 고성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속초시민들까지 가세해 투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은 울산바위가 가진 경관적 가치가 특정 지역의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울산바위는 설악산의 으뜸이자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자부심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허락한 마지막 비경의 볼모지마저 무분별한 콘크리트로 가로막고 집어삼키려 한다면, 그 대가는 자연의 거센 심판과 후대의 통탄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번 아파트 추진 사태는 자연을 자본의 논리로만 바라보는 지자체와 난개발 세력에 보내는 가장 강력하고 준엄한 경고장이 되어야 한다. 더 이상 차경의 은혜를 배신하는 개발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지역 사회와 행정당국의 전면적인 각성과 재검토가 절실하다.

설악투데이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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