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령 흘리 마을에 서점이 있다…이완주 부부의 귀촌 사랑방 ‘심심해서(心深海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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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흘리 마을 서점 '심심해서' 주인 이완규씨

고성군 진부령 흘리,과거 스키장의 명성이 바랜 마을은 적막감이 감돈다. 유일한 학교였던 흘리분교도 올해 문을 닫았다. 이런 산간마을에서 서점을 만나다니 반갑기도 하고 놀랍다. 

책방 ‘심심해서(心深海書)’,  그냥 할일 없어 심심한게 아니라 마음속 깊은 바다의 서점이란 뜻이다.  깊은 산중이 심해와  뭔가 통하는 작명이다.

이완주 손정미 부부가 1년전 귀촌해 문을  열었는데 3천여권의 책이 비치돼 있다. 부부가 그간 모은 책과 신간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눈길을 끈다.미술서적도 많은데 부인 손정미씨가 미술전공이란다.어쩌다 들르는 손님말고 적막함이 감돈다.

 이완주씨는 그런데 개의치 않는다.그래서 느긋하다.이완주씨는 “자신의 큰 서재를 냈다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고 말한다.커피와 차 그리고 빵도 내놓는 북카페를 겸하고 있다. 책방뒤 살림집 1층에서 북스테이도 운영한다.빵은 부인 손정미씨가 직접 구운 호밀빵을 먹었는데 딱딱하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참 좋다. 

 어떻게 연고도 없는 흘리 골짜기까지 왔을까. 이들 부부는  책방을 내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이완주씨가 퇴직후  꿈꾸던 책방을 열기 위해 부부는 전국을 돌며  100여개 서점을 답사했다. 그 가운데 낙점한 곳이  흘리 마을이다. 작년 6월 이사와 8월에  책방을 열었다.대단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흘리의 말없는 풍경이 나직하고 조용한 이들 부부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아마도 이들 부부에게  진부령이 주는 영감과 느낌은 남다르게 다가 왔으리라 여겨진다.

 텃밭도 가꾸고 손님이 오지 않은 오후 창가에서 잔디밭과 산등성이를 내다보면서  부부는 내면을  채우기도 한다. 흘리마을의  책방 개업은  기적에 가까운 ‘사건’이다. 상업성과 전혀 무관한  이들 부부의  용기와 선택이 흘리를 따스하게 해주는 듯하다.쇠락해 가는 흘리에   심심해서가 문을 연 것을 계기로 이 참에  흘리가  벨기에의 유명한 레뒤처럼 책 마을로 변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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