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령 미술관을 물들인 ‘축제의 화가’ 이태길…한국인의 심연을 철학적으로 풀어낸 압도적 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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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에서 발길이 멈췄다. 섬광처럼 스치는 내면의 첫인상은 강렬하고 화려했다. 원로 화가 이태길의 초대전 ‘축제 · 축제상생도’ 개막식이 열린 진부령 미술관 2층 전시실 앞에서 받은 충격이었다.

약관의 나이에 미술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국내외에서 화제를 몰고 다닌 이태길에게 진부령 전시는 각별하다. 그는 “젊은 시절 사생을 위해 진부령을 넘나들던 추억이 아련하다. 그 기억을 품고 이번에 산세 좋은 진부령에 오게 돼 설렜다”고 말했다. 개막식에는 서울과 지역의 많은 화가들이 참석해 진부령에서 춤추는 듯한 그의 회화 세계를 기쁘게 축하했다.전석진 진부령미술관장은 ” 이태길은 보기 드문 그림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고 자기 그림으로 말하는 특출한 화가다”고 칭찬했다.

이태길의 그림은 무엇보다 색채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원색들이 축제의 복장을 연상시키며, 그는 화폭 곳곳에 원형의 향연을 펼친다. 축제는 참여자가 많아야 흥이 나듯, 그의 화면 속에는 수많은 인물이 손짓하고 환호한다. 초창기에는 ‘강강술래’처럼 구체적인 형상을 드러냈다면, 이제는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이미지로 승화됐다. 연륜이 더해지며 깊어진 사유의 결과다.

태극 문양이 걸쳐진 화폭 위에서 춤추는 군상은 우리 민족 고유의 흥을 한껏 담아낸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해외 전시에 나가면 단연 주목을 받는다. 서양화 기법속에서 흐르는 한국적 정신이 이태길 표현 세계의 매혹 포인트다.

그의 그림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한국적 정서와 혼이 흐르고 있음을 단박에 간파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무당적 영혼이 색감과 형태 속에서 춤추고 있는 듯하다. 볼수록 친근하고, 자꾸 빠져드는 이유다. 그 안에는 생명의 활달함, 솟구치는 원동력, 나아가 응어리를 헤집고 해원(解冤)의 힘으로 터뜨리는 에너지가 작동한다. ‘상생도’라는 제목이 붙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우리들의 심연을 오묘하고 세심하게 터치하고  있다.그의 안목과 통찰의 인문적  메스가 깊다는 의미다.그의 그림과 내 마음이 연대하다.

결국 그는 하나를 향하는 거대한 솟대를 화폭에 세우며,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해 왔다. 그 작업의 결실이 오늘, 아름다운 산정 진부령에서 한여름 축제처럼 펼쳐지고 있다.

이태길은 “아직 작업실에 남아 있는 신작들을 후속 전시로 공개할 예정”이라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1960년대부터 2020년대를 관통해 온 그의 화려한 이력은 색감만큼이나 찬란하다. 총 37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대통령상·서울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신작전회 회장, 한국미술협회 상임고문을 맡은 현역이다.

뒤틀리고 갈라진 세상에 통합과 상생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거대한 힘, 그 에너지가 그의 캔버스에서 솟구친다.그가 희구하는 ‘홍익인간’ 세상에 대한 그림적 염원이다. 진부령과 합일한 이 여름날, 축제의 화가 이태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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