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가 5월 13일 개최한 ‘직원 이야기마당, 좋은 날, 속초’가 구시대적 월례조회를 대체할 조직문화 혁신 행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실질적 업무협의와 행정 전달의 기능은 실종되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속초시는 ‘좋은 날, 속초’ 행사를 통해 일제강점기 잔재인 군대식 조회 문화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청초호 공원에서 진행된 이 행사에는 약 200여 명의 공직자가 참여했고, 시장과 직원들이 함께 플로깅을 하며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일부 있지만, 실질적인 행정의 운영 측면에서 보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무협의 없는 행사, 본말이 전도된 조직운영?
기존의 월례조회가 형식적이고 수직적인 분위기였다는 문제의식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대체한다는 ‘직원 이야기마당’이 과연 행정조직 운영에 필요한 핵심 기능—즉, 업무 협의와 정보 전달, 정책 공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공직자들이 실무와는 무관한 친환경 활동과 소소한 사연 공유, 경품 추첨에 시간을 보냈다. 이러한 활동이 공직사회에 긍정적 정서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정작 정책 추진 현황, 주요 현안, 협업 필요 사안 등에 대한 공식 논의는 완전히 배제되었다.
행정은 결국 업무의 연속이다. 조직 간, 부서 간 협의 없이는 실행이 없고, 실행 없는 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다. 업무협의는 소통의 대상이 아니라 실행의 구조다. 이를 무시한 조직문화 개선은 피상적인 변화에 머물 수밖에 없다.
‘소통’이라는 미명 아래 실무공백?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소통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소통의 방향성과 내용이다. 플로깅 중에 나눈 이야기들이 실제 정책이나 업무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없다면, 이는 단지 여가 활동에 행정력을 쏟은 셈이 될 수 있다.
또한 실질적인 조직 운영 문제—예산집행, 시민 민원 대응, 정책 피드백, 협업 방안 등—은 결국 따로 회의로 다뤄야 한다면, ‘월례조회 폐지’는 단지 행정 리더십의 책임 회피 혹은 눈가림용 이미지 쇄신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무원 조직, 감성보다 구조가 먼저
조직문화는 중요하다. 하지만 조직의 기본은 정확한 업무 분장, 명확한 책임, 실질적 소통 구조다. 이를 제도와 절차로 뒷받침하지 않은 채, 플로깅이나 사연읽기로 정서적 만족을 유도하는 방식은 행정의 본질을 감정으로 대체하려는 위험한 접근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시민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상황에서, 업무 전반을 공유하고 협의할 수 있는 정기적이고 공식적인 장의 부재는 장기적으로 공공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좋은 날’이 그냥 산책이나 하는 날이 된다
‘좋은 날, 속초’는 시도 자체로는 의미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업무협의를 배제한 상태에서 운영된다면, 조직의 본래 기능을 저해하는 구조적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소통과 감성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시스템과 책임 있는 협의 구조가 뒷받침되어야만 진짜 조직문화 혁신이 가능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행사보다 구조다.
설악투데이 김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