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한 폭설을 진부령 계곡에서 보는 황홀함…모두가 하나되는 신비의 눈부심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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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변현주 촬영

그냥 넘어가는가 했더니 여지없이 폭설이 내렸다.아침 창을 여니 하얀 눈세상이 눈부시다. 신학기 수업 재료를 준비해 놓고 차를 몰고 진부령으로 향했다. 눈이 오면 늘 진부령의 적설량과 풍경이 궁금해진다. 진부령은 그리움의 모습을 요모조모 간직하고 있어 그렇다.

진부리를 접어 들자 눈 세상은 판이하게 달랐다. 소나무가 무거운 습설을 이고 있는 모습이  아찔할정도로 동양화 같았고 나뭇가지도 눈을 두르고 마치 조형물처럼 서 있다. 그렇게 진부령 정상에 도착했으나 의외로 눈이 별로 였다.이번에는 정상보다 골짜기 쪽으로 더 많이 왔다.

차를 돌려 내려 오면서 올라갈 때 못 보던 설경이 압도했다. 올라갈 때 못 보던 것이 하산길에 보이더라는 격언이 생각났다. 진부령 골짜기의 진짜 풍경이 그대로 서 있었다. 특히 수목 울창할 때 속이 들여다 보이지 않던 계곡이 흰옷 입은 속살을 보여주었다.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그리고 오랜 침묵이 내려 앉은 듯 흰눈으로 채색된 계곡은 황홀한 신부 같다. 차를 세우고 한컷 찍어 얼른 도시에 사는 친구들 카톡방에 올리지 마자 ‘와 멋있다’하는 답신이 도착하는 거다.설경 진부령 사진은 마치 흑백 사진 같다는 게 신기하다.

내리막길에서 바라보는 산 경사면의 나무들이 모두 흰색으로 도색돼 있다.울퉁불퉁함도 높낮이도 없는 흰색 조화가 주는 평화.소나무와 발가벗은 활엽수가 다른 양태로 보여주는 설경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겨우내 가뭄에 마음도 메말라 가는듯했는데 촉촉하게 적셔지는 물기를 만끽한다. 저 물기속에 새 봄의 싱그러움이 움트면서 진부령 계곡에 봄의 찬가를 선사할것이다.새학기 수업의 충전 치고 안성맞춤 폭설에 연휴 마지막 날 오후가 그렇게 갔다. 아이들에게 눈 이야기를 하면서 새학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글:변현주(카페 꽃담길 대표/생활개선회 고성군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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