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화가 김정호의 신작 〈토왕성 폭포〉는 120호 대작이다. 크기와 색감, 구도 모두가 시원하다. 이 작품은 김정호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단순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토왕성 폭포는 마치 동네에서 올려다볼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와 있으면서도 장대한 위용을 드러낸느 설악의 상징이다. 암벽에 3단으로 흐르는 폭포 모습은 장강을 연상케 하는데 , 김정호는 이걸 단숨에 화면 전체를 압도하게 처리했다. 위에서 아래로 단숨에 내리 긋는 일직선의 흰색으로 표현한 폭포는 일품이다. 물줄기를 감싸는 바위는 짙은 블루로 채색되었는데, 그 대비가 극적이다. 그 결과 폭포는 마치 바다 위를 가르며 떨어지는 형상처럼 보인다. 이것이 바로 김정호식 은유이자 상징이다.
폭우가 내린 다음 날, 세차게 내리치는 폭포의 순간을 포착한 듯하다. 강렬한 물줄기는 살아 움직이는 듯 기묘하게 표현되었고, 그 색감은 보는 이의 심장을 쿵쿵 뛰게 한다. 명쾌한 해석이자 명징한 구도다. 김정호의 군더더기를 꺼려하는 구도적 세계관이 유감없이 드러난 작품이다.
그가 울산바위를 그릴 때보다도 더 단순명료한 인식과 접근, 그리고 붓질이 하나의 세계를 이루듯 확립되었다. 단 두 개의 선과 수직으로 내리꽂는 물줄기만으로 폭포를 구현해 낸다. 김정호가 추구해온 단순성은 이제 극점을 향해가고 있으며, 형상의 새로운 차원을 만난 듯하다.
그는 침묵으로 듣고, 침묵으로 칠한다. 그리고 토왕성의 천지를 울리는 물소리를 시공의 차원에서 화면에 담아낸다. 답답한 가슴에 수로를 내듯, 그의 토왕성은 번뇌를 씻어내고 혼탁함에 양동이 물을 퍼붓는 구원자처럼 다가온다.
신창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