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화가 김정호의 ‘울산바위’…’케렌시아’ 속초에서 분출하는 강렬한 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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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워진 주말 김정호가 불쑥 속초에 왔고 늘 그랬듯이 청호동이 보이는 4층 화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그간 인사도 생략한채 최근 그린 작품들을 하나씩 호명해 나갔다.“물감을 진하게 묻혀서 꾹꾹 칠했다.”면서 물감값도 좀 들었다고 크게 웃었다.

울산바위 앞에 멈췄다. 내가 말을 걸었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잔설이 남은 바위를 표현했고 하늘의 구름도 저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단순하다. 울산바위가 저렇게 바위덩어리만 서 있을때는 단독자다.울산바위가 거대한 암석으로 하나의 모노리스(monolith)임을 확인 하는 그림이다.

울산바위는 지근거리서 보면 섬세함이 기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거리를 두고 보면 하나의 덩어리다.원근을 화폭에 옮겨 놓기가 만만치 않다. 바위덩어리 하나를 내적의미가 담기고 거기에 나의 감정을 불어넣어 표현해 내기가  녹록치 않다. 단순한게 더 어려운 법이다.

김정호는 이 대목에서 특유의 붓터치를 통해서 단순함속에 역동감을 단색속에 숨쉬는 색채의 파레트를 연출하고 있다. 그의 우직하고도 깔끔함이 화폭에 선명하게 복사된 듯하다.그리고 홀로 서 있다.하지만 외롭지 않고 든든하다.울산바위는 혼자 서 있지만 바라보는 나그네에겐 친구이자 기도다.김정호를 그걸 기가막히게 묘사해 놨다.객창 속초에서 보폭은 작지만 그의 작품은 풍성해지고 있다.그의 생각도 그림도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리라.

울산바위를 천후산이라고도 부르는데 김정호의 울산바위에서 진짜 하늘의 소리가 웅장하게 들려오는 것 같다. 울산바위 작품은 덩치에 비해 크지 않은 소품이지만 색채와 구도가 주는 울림은 진짜 하늘을 울리는 느낌을 주고 있다. 김정호가 최근 더 진하게 힘껏 물감을 칠한다는 속내를 거기서 조금을 읽을 듯 하다.경계선상에서 그는 성숙한 미로를 즐기고 있는지 아니면 좀더 자유로운 항해의 출항을 준비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순간 청호동 쪽 바다 불빛이 눈가를 스쳤다.

다른 계절과 달리 겨울 울산바위는 단색으로 처리된 것이 그런 암시인가.그가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에 알록달록하고 짙푸르게 옷을 입힌 울산바위보다 우중충하지도 밝지도 않은 회색지대로 표현한 울산바위가 더 이끌렸다.무언의 포효같은… 세상이 어수선한 탓인가.

투우사가 쉬듯이 김정호는 속초에서 케렌시아의 시간을 보내는 일정을 규칙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 쉼표를 통해서 역설적으로 그는 용트림 하듯 작품을 토해내고 있다. 김정호 캔버스에 포착된  속초의 산과 바다는  장대한 서사시처럼 전개되면서  갤럭시 처럼 빛난다.그가 별도로 꼭 집어 설명해준  백설기 떡  같은 흰눈 덮힌 설악의 작품 처럼 말이다.

김정호는 지나 가듯이 내뱉는다.“재미가 없죠 그죠”하면서 반문한다. 밤시간 속초 거리는 변방처럼 한산하고 차가웠다.우리는 고기집에서 돼지갈비를 구워 먹으면서 그림이야기 보다 세상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울산바위 같은  모습이 아쉬운 때 라고 하니 “눈이 많이 내리는 날 달려 내려와서  진하게 한번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라고 그는 답했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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