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세상은 소란스러웠지만 화가 김정호는 깊어졌다.그는 여느해와 다름 없이 캔버스에서 겨울을 보냈다.바다가 보이는 그의 속초 화실겸 갤러리에도 봄이 살짝 창틈으로 진입하는 듯한데 화폭에 담긴 겨울 울산바위가 문을 열자마자 압도한다.
100호 짜리 대작 울산바위가 세로로 세워져 있다.근사하다. 못보던 스타일이라고 말을 거니 새로운 시도였다고 한다.김정호 신작 ‘울산바위’는 먼저 시각적인 면에서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울산바위의 전체 형상을 버리고 세로로 클로즈업 했다.부분에서 전체를 보는 프리즘이다.또한 군더더기를 더 덜어 내고 더욱 단순 명료하게 했다.
장대한 울산바위의 겉과 속이 오롯이 새겨졌다.칼날같이 서 있는 위용, 깍아 세운 듯 하늘로 치솟고 골짜기에는 흰눈이 가득 찼다.꽉차 오는 희열이 안에서 불을 지진다. 김정호는 겨울잠을 잔 게 아니라 또 한번의 변신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가 입버릇처럼 반복하는 “단순해지려 한다”는 명제를 캔버스에 깊고 넉넉하게 펼쳐 놓았다.영혼의 수레에서 울산바위가 한바퀴 돌아서 새로운 질감과 형태로 승화했다. 울산바위는 돌덩어리를 넘어 철학적이고 인문적인 형상으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울산바위 별칭인 천후산(天吼山)의 기개같은 울림이 온다.
울산바위 하늘은 겨울답게 시리고 푸르다. 하늘색은 신이 내린 색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김정호의 울산바위에 불루가 묘한 색감을 드러내면서 유혹한다.마치 동해바다 블루가 산으로 옮겨온 듯한 중첩과 신비를 본다. 김정호는 색감의 추상 기법을 충분히 소화해 내는 변신을 시도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블루’ 울산바위는 해석의 다양성을 제공하면서 그림보는 맛의 쏠쏠함을 준다. 한 단계 뛰어넘는 순간이고 김정호의 무한 변신의 가능성을 엿보는 대목이다.가지를 쳐내야 거목으로 크듯 그는 잔기술을 잘라내며 비상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보리밥 저녁을 먹으면서 “울산바위 작가로 포맷도 염두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가 이번 겨울에 작업한 또 다른 울산바위 작품 역시 그의 가치관과 철학적 물음에 답하고 있다. 흰색 천으로 뒤덮은 듯한 백색 울산바위도 그렇고 블루 하늘에 서 있는 울산바위 전경 또한 그가 지향하는 단순한 철학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이 허공에서 나온 게 아니다. 그는 철저한 현장 중심이다. 그럼에도 그냥 형상을 옮기는 것을 넘어서는 깊이를 추구하고 있는데 그 지점이 그의 내공이 깊어가는 여울이다.그는 미시령 톨게이트 입구 폐허가 된 식당 건물 구석에 귀마개를 비롯해서 완전무장하고 쭈그리고 앉아 울산바위의 진면목을 화폭에 담으면서 긴 겨울을 보냈고 그 산고가 이번 작품들이다. 그렇게 해야 바위가 전해주는 영혼의 느낌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다가오는 봄 그는 울산바위 작품들을 모아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연다. 새로운 전환의 모멘텀이 될 것 같다.그는 울산바위 연작을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창조해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언젠가 설악산에 들어와 둥지를 틀고 울산바위와 한몸이 되어야 하는데 시절인연이 있겠죠” 그는 그렇게 말을 흐리고 청호동 바다가 보이는 화실로 돌아갔다.
신창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