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교수직 마치며 펴낸 퇴임 기념 시집…영문 번역·사진·시 에세이로 새로운 형식 제시
짧은 시 한 편이 긴 서사보다 오래 마음에 남을 수 있을까.
이만식 시인은 그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짧고 응축된 시를 ‘조각시’라는 새로운 장르로 명명하고, 이를 독자와 함께 산책하듯 풀어낸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신간 『짧은 시, 긴 여운―조각시 산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시집이라기보다 짧은 시와 사진, 영문 번역, 그리고 시에 대한 사유를 담은 ‘조각시 에세이’다. 이만식 교수가 지역정론지『설악투데이』에 2024년 10월 7일부터 2026년 5월 8일까지 연재한 ‘이만식 교수의 조각시 산책’을 묶어 펴냈다.
연재 당시 독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전체 연재를 통해 5만여 명의 독자가 글을 접했고, 특히 ‘어머니’를 다룬 글은 조회 수 7천 회를 넘어서는 등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짧은 시 한 편과 그에 곁들인 해설이 신문 지면을 넘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의미다.
이만식 교수는 작가의 말에서 “시는 길다고 해서 반드시 깊은 것이 아니고, 짧다고 해서 가벼운 것도 아니다”라며 “몇 줄의 언어가 긴 서사보다 오래 마음에 머물고, 한 편의 짧은 시가 한 사람의 일상을 바꿀 때도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조각시’는 바로 이 응축된 언어의 힘에서 출발한다.
빠르게 소비되는 정보와 짧아지는 독서의 시대에, 조각시는 오히려 잠시 멈춰 서게 하는 문학이다. 몇 줄의 시를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짧은 언어 뒤에 숨은 삶과 기억, 감정과 사유를 독자가 자신의 경험으로 채워가는 방식이다.
책에는 고전과 현대, 한국과 세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시가 담겼다. 삶과 자연, 가족과 사랑, 사회와 환경, 희망을 노래한 작품들을 골라 소개하고 여기에 영어 번역과 사진, 저자의 시 에세이를 덧붙였다.
유치환과 최인호, 김홍신, 이창동을 비롯해 에즈라 파운드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등 시대와 장르, 국경을 넘어 울림을 주는 작품들이 함께 등장한다. 특정 시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짧은 시’라는 형식 자체가 가진 문학적 가능성을 탐색한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조각시에 대한 해설이다.
이만식 교수의 글은 작품을 문학이론으로 어렵게 분석하기보다 시를 읽는 독자가 자연스럽게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가도록 안내한다. 때문에 조각시 자체의 감칠맛뿐 아니라 그 뒤에 붙은 해설이 하나의 독립된 에세이처럼 읽힌다.
사진은 시의 정서를 확장하고, 에세이는 시와 독자 사이에 사유의 다리를 놓는다. 짧은 시를 읽은 뒤 잠시 멈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조각시의 영문 번역을 함께 수록했다는 점이다. 고도로 압축된 한국어의 정서와 의미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지만, K-문화의 세계적 공유라는 관점에서 경동대학교 온사람교양대학 최병선 박사와 김경미 박사가 번역에 참여했다.
이만식 교수는 40여 년간 경동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해왔다. 이번 달 교수직을 마치고 정년퇴임하는 그에게 『짧은 시, 긴 여운』은 사실상 40여 년의 교육자로서 삶을 마무리하며 세상에 내놓는 퇴임 기념 저서이기도 하다.
그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집을 들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고 말한다.
책의 시작과 끝도 의미심장하다. 첫 작품은 ‘어머니’, 마지막은 ‘아버지’다.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했던 부모를 시작과 끝에 놓음으로써 조각시 산책의 여정을 인간의 근원적인 기억과 사랑으로 마무리한다.
특히 이 책은 『설악투데이』라는 지역 언론의 지면에서 시작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역신문에 연재된 짧은 문학 칼럼이 전국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다시 하나의 문학 장르적 실험으로 확장된 셈이다.
이만식 교수는 “시를 읽는다는 것은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만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정답을 강요하는 해설보다 여백과 공감이 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마음이 가는 곳을 펼쳐도 좋다. 하루에 한 편씩 읽어도 되고, 우연히 펼친 한 편의 시에 오래 머물러도 된다.
짧은 시가 하루를 바꾸고, 하루가 인생을 바꾸는 작은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짧은 것이 강한 힘을 주고 여운을 남긴다.
그것이 이만식 교수가 ‘조각시’라는 이름으로 독자에게 건네는 문학적 제안이다.
『짧은 시, 긴 여운―조각시 산책』은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영풍문고 등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가격은 1만5천 원이다.
설악투데이

























긴 세월 수고 많으셨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