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식 교수의 조각시 산책 7)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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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가 작은 데
   글씨는 작아질 줄 몰라
   몇 자 적으니 가득 찬다.

    ㅡ 인생 / 신현철

Small the page,
Yet words stay bold,
A few I write,
And the space is old.
ㅡ Life by Shin Hyunchul

세월이 금방이라고들 한다.  삶의 여적 몇 번에 천수가 다 소진된다. 종이 한 장 같은 인생이 차버렸다. (the page is filled, it’s full.) 젊었을 때는 “작년엔 정말 바빴어.”라고 말하곤 했는데, 노년에 들수록 ‘세월이 참 빠르네.’라고 말한다.

시간은 삶과 생명의 단위이기도 하다. 세월은 시간의  묶음이다. 신이 공히 모든 인간에게 이를 부여했다. 다만 시간의 종식 즉 사망이라는 숙명을 단서로 달았다. 숙명은 융통성이 있는 운명과 달리 요지부동의 천명이다. 그러니 확고한 한정판 세월이 인간의 수명이다. 과학적 규명도 시간을 어떻게 보내었느냐에 따라 빠름과 느림의 인식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미국 캔자스대와 미주리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시간이 빨리 흐르는 이유를 연구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시간에 가속도가 붙는다.
이유는 개별적인 경험이 자주 있던 일이거나 서로 유사하여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경험을 위해 집 주변 산책도 걷던 길에서 가끔 벗어나서 새롭고 낯선 곳으로 가보자.

이 조각시는 유한한 삶을 종이에 빗대어 은유적으로 간결하게 표현한 시다. 인생의 종이는 한정된 크기의 숙명적 프레임이다. 그러나 인생을 어떻게 그려낼건가는 의지다. 엉성한 그림 하나로 채운 종이나 성글고 식상한 일기는 낭비다.
영문 번역에서 bold(큰 글씨)와 운율을 이루면서 흐르는 시간을 old로 옮긴 뜻도 ‘낡고 닳아서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역자는 이 단어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짧은 인생은 숙명이어서 짧다기보다 스스로 구태의연하게 살면 짧은 게다.

우리는 누구나 시간에 행복을 좀 더 담고 세월이 무상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하루를, 한 주를, 한달 한달 지금보다 더 새롭고 새로운, 또  보람과 가치가 있는 경험을 지니도록 살아볼 일이다.
※ 신현철: 2007 <시와산문> 등단. 청양문협회장, 한국시조협 청양지부장 역임. 현 청양문인회장 및 시조협 고문. 저작 22권

ㅡ 해설 이하(李夏. 이만식) / 번역 최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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