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보고 핀다 하지만
나는 너를 보고 피는 걸
ㅡ 달, 달맞이꽃에게 / 이하
You say you bloom for me,
But I, for you, do bloom.
ㅡ Moon, to the Evening Primrose / Lee Ha
♧ 수많은 별의 요정(님프)들 틈에 홀로 달을 사랑하는 요정이 있었다. 밤하늘 가득히 별이 뜨면 달을 볼 수 없으리라 걱정한 나머지 “별아, 모두 없어져라….”하고 내뱉고 말았다. 이를 본 별의 님프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제우스에게 일러바쳤다. 괘씸하게 여긴 제우스는 달이 없는 곳으로 달의 요정을 내쫓았다.
사실 늘 자신을 바라보던 이 요정을 달의 신(셀레네, 아르테미스, 헤카테 중 순결과 출산, 사냥을 돌보고 초승달을 이마에 장식한 제우스의 딸이자 아폴론의 누이인 아르테미스로 상상해 본다.)도 언제나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요정이 어느 날부터인가 보이지 않자, 아르테미스는 곳곳을 뒤졌고 끝내 찾지 못했다. 제우스가 방해했기 때문이다.
결국 달의 요정은 시름하여 병들어 죽었다. 달의 신은 몹시 슬퍼하며 묻어준다. 그제야 미안한 마음이 든 제우스는 님프의 영혼을 ‘달맞이꽃’으로 만들어줬다. 그래서인지 꽃말은 기다림, 밤의 요정, 덧없는 사랑, 소원이다.
달과 달맞이꽃 전설은 한국에도 다양하다. 약재인 달맞이꽃을 캐는 소녀와 이 꽃을 지키는 ‘달맞이꽃과 월장군’, 우리가 달을 보고 기도하기도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달을 보고 사랑의 성사를 빌었으나 이루지 못하고 죽어 ‘달맞이꽃이 된 소녀’ 등 전설은 한결같이 그리움의 비극을 담고 있다.
우리는 서로 교감하고 영향을 준다. 아기와 얼굴을 마주해보면 더욱 안다. 아기는 눈 맞춰주는 이를 보고 까르르 대지만 누가 더 웃는지를. 비단 이러한 일상 외에도 사회생활에서 선의적인 주고받음은 은혜와 사랑을 낳고 서로를 성장시킨다.
설화로 보면 낭만이고 인문학으로는 관계인데 이 짧은 시형인 조각시 속에 느껴지는 이미저리이기도 하다. 한편 과학으로 보면 시적 소재는 생존이기도 하다.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고 원활한 생존을 위해 밤에만 피어난다. 경쟁이 치열한 낮보다 틈새 전략으로 밤에 피어나서 나방을 유혹하기 위해서다. 달맞이꽃 영어 이름은 ‘Evening primrose’이니 저녁 앵초이고 한자로는 월견초(月見草)이니 우리말 꽃 이름과 의미가 상통한다.
하긴 요즘 분홍 또는 노랑 낮달맞이꽃도 기존 개체를 개량하여 많이 심고 있다. 그러니 그 연모의 대상 낮달에도 시인은 또 한 수 읊지 아니할 수 없다.
저토록 바래도록 있어 주었네.
내내 그립다 그립다 했더니
ㅡ 낮달 / 이하
해설 이하(李夏. 이만식) / 번역 최병선
항상 달맞이 꽃이 달을 보고 피어난다고 생각했지만, 달도 그 꽃을 보기 위해 매일 밤마다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상상해보니 참으로 낭만적인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시에서 나오는 인물들은 서로에 대한 마음이 같다는 것을 언제 알까요. 여러모로 흥미로운 생각을 하게되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