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비가 억수로 내려요
냅둬라
냅뒀다
비가 그쳤다
ㅡ 어머니의 힘 /복효근
Mother, it’s pouring buckets!
Just let it be
So I did.
And the rain stopped.
ㅡ Mother’s Strength
By Bok Hyo-geun
♤ 조각 평설:
슬쩍 미소 짓게 하는 재치 있는 시다. 사실 이 정감 어린 웃음, 위트의 반응 뒤에는 가볍지 않은 의미가 있다.
위트는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의미를 변환시킨다. 무기력하거나 곤란한 상황을 별똥별처럼 순간적으로 생동감 있게 한다. 농담과 구별되는 지적 감각와 지혜가 곁들여 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삶의 경험이 있어야 하거나 고도의 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유머 기질도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상상력과 연상 능력이 자유롭게 작동할 때 비로소 발화된다.
이 시에서 위트는 삶에서 우러나온 여유와 통찰에서 비롯된다. 또한 사고의 유연성이기도 하다. 우리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런 성숙한 위트를 불쑥 드러낼 줄 아는 분들이었다.
그래서 구술체의 이 짧은 표현에 웃음으로 공감하고 난 뒤 무엇인가 구수한 팥죽 속 새알처럼 찰진 덩이가 있음을 느낀다. 어머니의 말 한마디는 체념이 아니라 삶을 관통한 지혜와 자연에 대한 신뢰였다. 어찌 보면 억지를 부리지 않음으로써 발현되는 순리의 역설, 무위의 행위성으로 고단한 삶을 이겨낸 잘 숙성된 생활 철학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유사한 분위기로 떠오르는 다른 시 한 편이 있다.
어린 자식 앞세우고
아버지 제사 보러 가는 길
— 아버지 달이 자꾸 따라와요
— 내버려둬라
달이 심심한 모양이다
(‘달이 자꾸 따라와요’ 시 앞부분 / 이상국 )
※ 복효근: 『시와 시학』등단(1991),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시선집 『어느 대나무의 고백』등 10여 권과 최근 산문집 『밑불이라는 말이 있다』 을 출간. 신석정문학상, 박재삼문학상, 한국작가상 등을 수상
* 평설: 이하(李夏. 이만식) / 번역: 김경미(경동대학교 온사람교양교육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