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해 아침 해는 한 천년 절여둔
푸른 소금의 나라 연하(年賀)다.
때로 삶이 생활보다 지칠 때
365개 싱싱한 해를 안긴다.
2.
설날 아침 해는 한 천 년 이슬로 자란
푸른 숲의 나라 선물이다.
때로 하루가 생애보다 힘겨울 때
3,153만 6,000개
새순 같은 햇살로 다독인다.
ㅡ 새해 새날 아침해는 / 이하
The New Year Sun
by Lee Ha
New Year’s sun—
a blue salt-realm,
steeped for a thousand years.
When life
weighs heavier than living,
it offers
three hundred sixty-five
untarnished suns.
2.
New Year’s morning sun—
a green forest-land,
grown from a millennium of dew.
When a single day
outweighs a lifetime,
light—
31,536,000 seconds,
tender shoots
resting
upon the shoulder.
♤ 조각 평설
새해는 하늘로부터 귀한 선물을 받는 날입니다.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12달을 받았습니다. 즐겁게 살 수 있는 52주를 받았습니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보내는 365일을 받았습니다. 기쁘게 보낼 수 있는 8,760시간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기회를 잡을 525,600분을 받았습니다. 매 순간 사람답게 살아갈 31,536,000초를 받았습니다.
북유럽 신화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고 짜인다고 합니다. 노른이라 불리는 세 명의 여신이 등장하는데 세 여신은 각각 이미 지나간 것을 붙들고, 지금 이 순간을 당기며, 아직 오지 않은 가능성을 준비합니다. 곧 과거·현재·미래의 실을 뽑아 인간과 신의 운명을 직조합니다. 그런데 노른은 실을 인간에게 건네주되 그 길이를 말해주지 않습니다. 언제 끊어질지를 예언하지도 않습니다.
인간은 그 실을 받아 살아가되 그 실 위에 어떤 무늬를 남기고 어떤 매듭으로 맺을지는 오롯이 인간의 몫입니다. 그래서 시간은 단순히 주어진 운명이 아니라 선물인 동시에 엄중한 책임이기도 합니다.
새해는 노른에게서 한 가닥의 실을 새로 선물 받은 날입니다. 12달, 52주, 365일, 그리고 무려
3,153만 6,000초. 이 직조에 누군가는 그 실을 엉키게 만들거나 더럽히고, 누군가는 아름다운 무늬를 남깁니다. 삶의 가치는 실의 길이가 아니라 무늬의 결에 있다고 신화는 귀띔합니다.
인도 신화에서 시간은 파괴자이자 창조자인 칼라입니다. 칼라는 모든 것을 삼키지만, 동시에 다시 돌려놓습니다. 그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원이어서 끝은 곧 시작이며, 한 생의 행위는 다음 삶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인도 사유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는가’가 아니라 그 시간에 어떤 업(行爲)을 남기는가입니다. 초는 사라지지만, 그 초에 담긴 선택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흐르는 크로노스 신의 시간이 있는 동시에, 붙잡아야 할 결정적 순간의 카이로스 신의 시간도 제시합니다.
새해에 신은 인간에게 새로운 시간을 선물했고 그 시간을 어떻게 하느냐의 선택은 인간에게 맡겼습니다. 다만 신은 선택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을 뿐입니다.
♤시,평설: 이하 ㅡ 본명 이만식, 1978 학원문학상(소설), 1996 월간문학 신인상(시조), 1995 오늘의문학 신인상(시), 조각시(짧은시) 창시. 시집 <하늘도 그늘이 필요해> 외 저서 17권, 세종문화예술대상(문학), 경동대학교 교수(부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