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식 교수의 조각시 산책 36) 기차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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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은
시간의 난간에 앉아
기차역을 떠난다.
세상
또 얼마나
아플까

ㅡ 기차 / 김태희

The railroad
sits on the railing of time
and leaves the station.
How much more
pain
will the world endure?
ㅡ Train by Kim Tae-hee

♤ 조각 평설: 세계 최초의 기차는 1804년 리처드 트레비식이 만든 증기기관차로 최고 시속이 16km이니 보통 사람들 달리기보다 느리다. 우사인 볼트 선수는 시속 약 45km로 달렸다. 상용화되기는 그 후 30년 뒤였고 이후 기차는 산업과 관광, 생활 교통 심지어 전쟁 수송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숱한 일화를 남긴다.
기차 여행이라 하면 낭만과 향수가 곁들여진다. 이별 정한이 있지만 만남의 기쁨도 있는 곳, 개인의 꿈과 현실, 애환과 희망이 교차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기차를 소재로 한 시나 소설, 영화 등은 수천 편에 이를 것이다.

아무래도 서울역이나 청량리역처럼 큰 역사는 사회적인 회고 스토리를 지녔다면 작은 역은 꿈결 같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30년 전에 폐쇄된 수인선의 협궤 열차는 마주하는 사람과 무릎이 맞닿을 정도로 인간적이고 새우젓 풍기는 향토 열차였다. 영화 ‘기적’의 실제 장소인 양원역과 그 옆 세 평 하늘길 승부역, 하늘 아래 첫 정거장 추전역, 전원미를 지닌 군위의 화본역, 최초의 역 익산의 춘포역, 빈티지(?)한 남원의 서도역, 유명세를 탄 정동진역 등은 지금도 번잡함을 벗어나 조용히 기다리고 싶은 역이다.

평자는 중고등학생일 때 기차 통학을 했는데 지금은 영주댐으로 수몰된 평은역은 짝사랑으로 설레던 공간이기도 했다. 아직도 기차역은 영화 <비포 선라이즈> 같이 만나고 ‘최악의 이별이 뭔지 알아? 추억할 만한게 전혀 없다는 것….’ 그래서 만남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몽상의 공간이다. 영화 <만추>의 기차 인연과 같은 가을 풍경에 아그네스 발차(Agnes Baltsa)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The Train Leaves at 8)’ 노래가 곁들여지면 애잔하지만 카타르시스다.
아득히 평행으로 사라지는, 아니 밀려오는 철길과 기다림의 기차역, 심장처럼 덜컹거리며 시간을 끌고 가는 기차는 저마다 사연을 담아내는 서정적 뜰이자 궤도이다. 시인의 이 짧은 조각시의 행간이 아득하게 넓다.

ㅡ 평설: 이하(李夏. 이만식) / 번역: 김경미(경동대학교 온사람교양교육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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