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식 교수의 조각시 산책 33) 명함집 / 권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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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얇아졌다
만날 사람은 줄어들고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늘었다.
세상이 얍삽해졌다

ㅡ 명함집 / 권화빈

Thinner it became,
fewer the people to meet,
more those I shouldn’t.
The world has turned sly.
ㅡ Business Card Holder
By Kwon Hwa-bin

♤ 조각 평설
이 시는 사회생활에서의 인간관계 축소 현상을 감성적으로 표현했다. 명함은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 가족 관계에서는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이를 전제하면 경제적 관계와 정서적 관계를 양대 축으로 하는 상호의존성 관계에서 나를 알리는 도구가 명함이다. 의존은 혼자서 모든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으니,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 생계와 심리적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는 개념이다. 대개 출세는 남들이 나를 알게 되고, 고난은 내가 사람을 알게 한다.

2년 전 한국리서치에서 인간관계 만족도는 평균 6.2이고 친한 지인이 10명 이상이면 7.2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조사했다. 상호의존성은 정서적 관계가 더 중요함을 의미한다. 명함이 줄어드는 것은 애초에 그 쓰임이 정서적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 설문 응답자의 약 절반은 “관계 정리” 노력을 한 적 있다(48%)고 했다.
인생 후반으로 갈수록 정서적으로 더 의미 있는 관계에  집중하고 덜 의미 있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관계는 덜어내려는 경향이 일반적인데 결국 자기 선택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내가 타인과의 관계 속에 어떻게 작용하고 타인을 어느 관점에서 수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정서적 관계는 경제적 관계보다 맺기 어려울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우울할 때 이야기할 상대가 없는 경우”가 20.2%이지만  “급하게 돈을 빌릴 사람이 없음” 비율은 약 49.0%(통계청 고립도 지표)인 것을 보면 가늠된다. 그래서 아마 ‘친구와 친척 사이에 돈거래 하지마.’라고 회자되고 있는가 보다. 정서적 관계가 경제적 관계에 걸치는 순간 긍정적 심리가 위축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다 충족시킨 관계가 있다면 전생에 인류를 구했으리라.

명함이 늘거나 줄어드는 거야 다반사다. 언급했듯이 용도가 그랬다. 그러니 그 명함이 필요 없는,이 시에 드는 이가 있다면 신이 맺어준 선물이다. 그러니 전화하자. 이 글을 보내면서.
“등 뒤로 불어오는 바람, 눈앞에 빛나는 태양, 내 옆 함께 가는 친구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리.”(에런  더글러스 트림블)

ㅡ 평설: 이하(李夏. 이만식) / 번역: 김경미(경동대학교 온사람교양교육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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