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식 교수의 조각시 산책 3 ) 자벌레에게

0
836

밥은 먹고 다니니? 
끄덕 끄덕

– 자벌레에게 / 최돈선

Sup, bug?
Nod, nod…
ㅡ To inchworm by Donsun Choi

♧ 이 시를 대했을 때 아하~하고 무릎을 쳤다. 한 마디 물음과 가벼운 몸짓, 그게 모두인 시다. 그런데 하고 많은 사연과 정황이 담겨 있다. 이상국 시인이 갯배를 표현하면서 ‘제 몸 재듯 가는’ 자벌레 같다 했는데 둘 다 모두 먹고 살기위해 가는 게 아닌가.

만약 ‘빵은 먹고 다니니?’ 했다면 온전한, 아니 최소한의 삶이라도 걱정하는 안부와 동정이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우리에게 밥은 진심이다. 생명줄이다. 그리고 쌀밥 한 그릇 먹는다는 것은 대단하다. 볍씨 4,500개를 먹으니까!

♧ 독자 질문: 조각시는 제목을 왜 뒤에 두는 걸까요?
ㅡ 조각시는 여덟 말마디 내외의 짧은 자유시입니다. 조각시는 매우 압축된 표현이므로 시의 함축성과 내포적 임팩트, 세계를 새롭게 보는 시의 참맛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일반시와 달리 제목을 시의 끝에 두고, 시인의 이름도 가능한 뒤에 두는 이유는 비예측성을 통한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선입관을 배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석규 교수(경원대 대학원장 역임, 한국시조협회 이사장)는 이렇게 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조각시’는 제목까지도 의미 부여나 의미 창조에 기여한다. 아니 그 정도를 넘어서 아예 제목을 시의 뒤에 놓고 그것으로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완성한다. 다시 말하면 제목까지 다 읽은 순간 시 전체가 신선함으로 가득한 신천지로 변한다.”

해설 이하(李夏. 이만식) / 번역 최병선

댓글 작성하기!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