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찍으려고
이슬비 맞으며 촬영하는데
아저씨! 나의 향기도
잘 찍혀서 나오나요?
ㅡ 연꽃 마음 / 유응교
To take a pretty picture.
In drizzle like this,
you are taking my picture.
Mister! Does even my scent appear
in the picture with me
ㅡ Lotus Heart by Ryu Eung-Kyo
♧ 연꽃… 되뇌면 어떤 이미저리가 떠오를까? 아마도 많은 이들이 염화시중의 미소를 생각할 것이다. 부처님도 인정한 멋진 꽃이다.
연꽃은 종교와 인문학적인 의미 외에 의외의 매력이 있다. 바로 사람과 비슷한 체온을 지녔다는 점이다. 36도의 체온. 꽃이 필 때, 스스로 열을 내어 30~36도의 내부 온도를 유지한다. 아무리 여름이라 하지만 새벽은 선선하다. 들판이나 산속에서 캠핑을 해본 이는 안다. 한데 새벽 잠은 때로 담요가 필요하다.
이런 시간대에 연꽃 속은 따뜻하다. 엄마 아니면 연인의 품속이랄까. 아마도 수분에 도움을 주는 벌이나 딱정벌레 등이 따뜻한 품에서 활동하기 좋으니 유인을 위한 진화적 생태겠지만 따뜻한 품을 지닌 꽃이라니 놀랍지 아니한가?
그러고 보면 연꽃은 새벽형 인간에 가깝다. 아침에 일찍 피고 꽃 안이 따뜻하니까 향기 방산 효과가 배가 되어 꽃향이 더 진하다. 그러므로 연꽃의 자태와 향기를 제대로 즐기려면 아침나절에 들러야 한다. 오후에는 꽃잎을 스스로 닫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출사객은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연을 찍고 싶었을 것이나 날씨가 변덕을 부렸는지 이슬비 속에서 찍는다. 향기는 온기 방산 효과로 은은했을 것이다. 향기가 절정이니 사진에 이것까지 담기면 오죽 좋으랴. 만약 오후였다면 향기가 미미하니 궁금하지도 담아달라고 보채지도 않았으리라.
앞서 언급한 염화시중은 석가모니가 영산회에서 연꽃을 들어 보인 일화다. 마하가섭만이 이심전심으로 처염상정(處染常淨, 더러운 곳에 처해 있어도 맑고 향기로운 꽃을 피움) 뜻을 읽고 미소로 응한 일로 잘 알려져 있다. 혼탁한 세속이라도 아름다운 득도를 하(리)라는 메타포다. 이것만일까?
연꽃잎은 발수성으로 물을 전혀 흡수하지 않고 또르르 굴리어 잎 가운데로 모으거나 구슬처럼 튕겨 낸다. 그러니 오염을 씻어내는 효과가 커서 연잎 효과(lotus effect)라는 물리적 사실을 표현하는 과학 용어도 있다. 부처님이 이 청정함의 자정 원리까지 제시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예수님이나 부처님은 시인보다 더 메타포적 언술 즉 비유의 대가이시다.
화무십일홍 하면 열흘도 못 가는 영화로움을 일컫지만 연꽃의 절정은 이보다 훨씬 짧은 하루다. 연꽃 축제를 보름 이상 하는 데 이는 꽃 한송이가 계속 피어 있어서가 아니다. 배롱나무 꽃차례처럼 다른 꽃이 이어서 피기에 오래 피어있는 줄 안다. 가장 아름답고 수려할 때 물러나는 꽃이다. 연밥을 동시에 남기니 화과동시(花果同時)의 꽃이기도 하다.
하나의 파도는 스러지나 바다는 있고 하나의 사람은 수명을 다하나 인류는 있으며 하나의 별은 죽으나 성운은 존재한다. 연꽃이 그러하다. 중국 고분에서 발견된 2000년 된 연꽃 씨앗이 물을 주자 발아해 꽃을 피웠다. 내게는 생명의 신비가 시간을 건너온 연밥처럼 멸함도 멸하지 않음도 알 길이 없는 화두다.
올여름은 유응교 시인의 시에서처럼 사진은 몰라도 연향이 배인 차 한 잔을 연꽃 핀 정자에서 마셔야겠다. 전날 저녁 맺은 봉오리에 첫물 덖음차를 넣어두었다가 연잎 위에 내린 새벽이슬을 받아 끓인 찻물로 우릴 것이다. 차향인지 연향인지 스스로 따지며 마셔야겠다. 살짝 취한 듯이 발그레한 취비연(醉妃蓮)이 옆에 피어 있으면 마땅히 조각 한시 한 편 읊조리며 건네리라.
紅蓮似醉頬,蓮香輕搖羞。(홍련사취협 풍래경요수) 붉은 연꽃잎이 취한 뺨을 닮았고, 연꽃 향기는 살짝 부끄럽게 흔들리네.
※ 유응교: 구례 ‘운조루’에서 출생. 1996년 「문학21」 등단. 시집 〈그리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동시조집 〈기러기 삼 형제〉외 18권. 한국예술문화 대상, 전북문학상 등 수상. 전북예총 부회장과 전북대 공대 건축과 교수 역임, 현 전북대 명예교수.
ㅡ 해설 이하(李夏. 이만식) / 번역 유응교 시조집(이정자 영문 번역)에서 따옴
ㅡ 해설 이하(李夏. 이만식) / 번역 유응교 시조집에서 따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