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식 교수의 조각시 산책 19) 새해 조복(造福)하세요 /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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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받으세요.” 하니
줄 복이 없더니
“복 만드세요.” 하니
나눌 복을 지었네.
ㅡ 새해 조복(造福)하세요 / 이하

“Be blessed,” I said,
Yet no blessings to give.
“Make blessings,” I said,
And found enough to share. — New Year’s Blessing by Lee Ha

​爲人祈受福 (위인기수복)
남을 위하여 ‘복 받으십시오’ 기원하지만
而未能給汝 (이미능급여)
막상 그들에게 복을 줄 수 없었다네
勸君當造福 (권군당조복)
그러니 권하세. ‘복 지읍시다’ 라고.
共享福和樂 (공향복화락)
함께 복을 나누며 즐거운 삶을 이루세.
ㅡ 造福, 李夏 李萬植 作 漢詩

♧ 새해에 설날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합니다. 관습화된 명절 친교어입니다. 이를 대신할 좋은 표현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무심한 발화이기도 합니다. 복 받기를 바랄 뿐이지 내가 상대에게 어떻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는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복을 받는 거에 관심이 없습니다. 받기만 하는 요행과 이기성의 어감도 있어 운수에 의존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인사하는 이나 받는 이나 모두 수동적인 존재로 보입니다.
‘조복(造福)’이란 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복을 지어야 한다.’라는 뜻입니다. ‘조복하세요’하면 능동적이고 상호 작용이 강조됩니다.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영향을 기대한다는 함의가 있으니 상대의 능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친교어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복받으세요’라고 덕담을 하고 자신도 복 받기를 원합니다. 전통적으로 복의 뜻은 하늘이 주는 좋은 행운입니다.
서경(書經)은 오복을 언급합니다. 장수하고(수壽),잘 살고(부富), 아프지 않으며(강녕康寧), 선행으로 덕망을 쌓고(유호덕攸好德), 평안하게 수명을 다함(고종명考終命)입니다.
성경의 말씀은 복음(福音,Gospel)입니다. 이 낱말에도 복이 쓰였습니다. 유교의 서경처럼 좀더 구체적으로 제시한 내용은 팔복 즉 진복팔단(眞福八端)이 있습니다. 마태복음 5장에 있는 예수님의 산상 설교에서 나타납니다. 심령이 가난함, 애통함, 온유함, 의에 주리고 목마름, 긍휼히 여김, 마음이 청결함, 화평케 함,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음, 이 여덟 가지입니다. 팔복을 지닌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였습니다.

불교에서의 복은 우리 사료에도 나타납니다.<삼국사기> 391년(고국양왕 8) 3월 불교 도입 초기에 왕의 하교 내용입니다. “불교를 믿어 복을 구하라.” 왕이 제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했다고 전제하면 “선업을 쌓고 자신을 바르게 수행을 하여 깨달음을 얻으라.”였을 겁니다. 그러나 당시 백성들은 아니 지금까지도 사후 내세 구원과 현세의 행락을 바라는 구복(求福)신앙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복은 기원한다고 깃드는 걸까요? 현실적인 유교의 오복을 보더라도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하늘이 주는 행운에 앞서 스스로 자기 삶의 방식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성취 여부가 결정됩니다. 마찬가지로 기독교나 불교 또한 실천 항목으로 제시했습니다. 결국 복은 각자가 스스로 만들어야 주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 천우자조자(天佑自助者)’라는 격언은 세계 공통적으로 전해져 내려옵니다.

‘조복(造福)’은 안동 도산에 소재한 퇴계 종택의 직계 종손 고(故) 이근필 옹(91)이 생전에 늘 강조하던 훈화입니다. 방문했던 수만 명에게 이 휘호를 선물로 주어, 자기 형편대로 좋은 복을 지어 남들과 나누도록 권했습니다.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김병일 이사장은 쉽게 복의 시작을 제시합니다. ‘착한 일’입니다. 선행은 남에게 좋은 일이니 복을 짓는 일입니다. 이로써 자신 또한 주위의 평이 좋아집니다. 그러다 보면 본인의 엔도르핀(endorphin)이 왕성해지니 행복하고, 좋은 일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곧 조복은 선행에서 시작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행위입니다. 그렇습니다. 복은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스스로 이루는 일입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조복하세요.
※ 이하: 본명 이만식). 고2 때 소설 ‘붉은 교복’ 학원문학상 입상, 건대신문 올해의 시 선정. 월간문학(시조)과 오늘의문학(시) 신인상 등단,  조각시 창시, 문체부 우수도서 <지식인의 글쓰기>, 시집 <하늘도 그늘이 필요해> 외 저서 17권, 여러 신문 칼럼 활동, 세종문화예술대상(문학) 수상. 현 경동대학교 부총장.

ㅡ 해설 이하(李夏. 이만식) / 번역 김경미(경동대학교 온사람교양교육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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