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명,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생소한 단어일 수 있지만 아름다운 말입니다. 한자어 풀이하면 ‘사슴 록(鹿), 울 명(鳴)’ 곧, 좋은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자신도 매우 배고프나 홀로 차지하지 않고 다른 배고픈 동료들을 위해 내는 울음소리입니다. 배려하고 서로 나누고자 부르는 소리입니다.
돕고 나누는 일이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진화에도 기여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홀로 싸워 이긴 유전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도운 종이 더 우수한 형태의 유전자로 살아남는다는 것입니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으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입니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보호하면 그 남이 결국 내가 된다. 상부상조는 내 몸속의 유전자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강조합니다.
우리말에 ‘더불어, 함께, 우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더하여 있음(존재)이 ‘더불어’이고, 하나의 때(시간)를 같이 하면 ‘함께’입니다. 그러한 상태의 존재가 ‘우리’입니다. 이는 우리의 고유 사상이고 한자로 표기하니 ‘仁인’입니다. ‘녹명’이나 ‘우리, 인’ 속에 더불어, 함께하는 아름다운 마음과 행동이 담겨 있습니다. 당신도 그 아름다운 유전자를 지녔는데 그 발로가 바로 봉사입니다.
봉사奉仕를 낱말 풀이하면 아시다시피 ‘섬길 봉, 도울 봉 / 섬길 사, 살피 사’입니다. 봉奉의 획 중에서 丰은 ‘아름답다. 넉넉하다. 위대하다.’ 의미가 있으니 이를 조합하여 해석하면 ‘남을 살펴 돕는 넉넉하고 아름다운 마음씨이며 위대한 행위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자원봉사란 강요를 받아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결정해서 남을 위해 또는 내가 사는 지역사회의 복지를 위해 무보수로 행하는 활동입니다.
영어로 바런티얼 volunteer는 스스로 하는 사람,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꿈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자원봉사의 어원은 ‘자유의지’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볼런터스(Voluntas)에서 유래되었으며, 영어로는 자원봉사활동이 지니고 있는 정신을 볼런터리즘 (Voluntarism)이라고 표현하며, 자원봉사자를 볼런티어(Volunteer)라고 부릅니다.
보런티어에 대한 생태 현상을 연구한 재미있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김홍신 저, 하루 사용 설명서) 미국인 의사 앨런 룩스가 남녀 봉사자 3천여 명
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입니다. 봉사활동을 하거나 남을 도와주거나 고통받는 사람을 다독거려준 사람들은 그와 같은 행위를 할 때 평소보다 몇 배나 엔도르핀이 상승한답니다. ‘남을 도울 때 오히려 내가 매우 행복해지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러한 경험을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고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저는 전국 최초로 사회봉사활동을 대학의 교양필수 학점으로 제도화 시킨 바 있습니다(1995년 경복대학. 1997년 경동대학교). 또 선관위의 공식적 선거 자원봉사도 우리나라 최초로 첫 지방자치화 선거에서 실현시킨 경험이 있습니다. 첫 사례라 중앙일보에서 크게 기사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봉사는 자발성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제도화하는 일도 매우 필요함을 느낀 바 있습니다. 학생들이 봉사 후에 느끼는 보람이나 휴머니즘이 눈에 띄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이 경험을 계기로 사회 일원으로 살면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일이 아주 많았습니다.
우리의 유전자 속에는 녹명의 울림이 있습니다. 나의 마음 속에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마음씨가 있습니다. 꼭 정해진 행사나 행위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휴지 하나 줍는 아니 버리지 않는, 사소한 양보 하나라도 그 실천은 위대한 봉사입니다. 그때마다 당신의 몸과 마음에는 ‘헬퍼스 하이’가 감돌고, 돌아서는 뒷모습에서 아름다운 녹명이 은은히 울려퍼질 것입니다.
글:이하(이만식, 시인, 시조시인, 경동대학교 부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