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 절집에서 듣는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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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절집은 유난히 깊은 고요를 품는다.
기왓장을 타고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 그 고요를 깨우는 빗소리 위로 스님의 목탁 소리가 잔잔히 겹쳐진다. 마치 우주의 교향악처럼 마음 깊은 심연을 흔든다.
정적 속에 스며드는 빗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기도다. 오히려 내면을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우기가 주는 걱정도 있지만, 이 순간만큼은 혼돈스러운 마음이 차분히 정리된다.
먼 산중 암자가 아니다. 도심 속 400년 고찰 보광사에서 깊은 산사의 향기와 멋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작은 행복이다.
오늘은 빗소리에 마음을 맡기고, 한동안 그 고요에 취해본다. 비는 세상을 적시고, 목탁은 마음을 깨우며, 나는 그 사이에서 다시 나를 만난다.

(진근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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