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고성 어민들의 그물에서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바다에서 보기 드물었던 참다랑어(참치)다.
최근 고성 현내면 연안에서 참다랑어 자어(子魚) 3개체가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참다랑어가 동해 최북단 고성 연안에서 번식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다. 강원도 전체 참다랑어 어획량은 2020년 32톤에서 2024년 139톤으로 4배 이상 늘었고, 2025년 동해안 강원·경북권 어획량은 438톤으로 급증해 전국의 43%를 차지했다.
반면 속초·고성을 먹여 살리던 오징어는 사실상 소멸 수준이다.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2020년 8,652톤에서 2024년 852톤으로 4년 만에 90% 이상 급감했다. 20여 년간 연간 20만 톤에 달했던 전국 어획량이 역대 최저치로 추락했다.
원인은 수온이다. 동해안 표층 수온은 2024년 18.84℃로 57년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1년 만에 1.77℃ 오른 수치다. 1968년 이후 55년간 동해 수온 상승폭은 1.82℃로, 같은 기간 지구 평균(0.52℃)의 3.5배에 달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오징어 어장 분포 중심이 북상하고 있으며, 기존 대중 어종인 살오징어·고등어·멸치의 어획량은 감소하는 반면 방어류·전갱이류·참다랑어 등 난류성·대형 어종의 어획량은 증가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어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참다랑어는 고급 어종이지만, 쿼터 부족으로 잡힌 참치를 버려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오징어잡이로 생계를 꾸려온 어민들에게 어종 전환은 장비·판로·가공 인프라 전반의 변화를 요구한다. 강원도는 참다랑어·방어·고등어 등 기후변화로 어획량이 늘어나는 어종을 중심으로 생산·가공·유통 밸류체인을 새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동해는 지금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다른 바다가 되고 있다.
설악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