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호 충혼탑 앞, 그 자리에 서면..온몸을 감싸는 대 자연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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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료원에서 보광사 방향으로 걷다 충혼탑 앞에 멈추는 순간, 풍경이 달라진다.

영랑호의 숨은 핫플레이스는 바로 이 지점이다. 신선봉이 직선으로 내려오고, 화암사 수바위의 돌덩이가 큰 점처럼 박혀 있으며, 그 옆으로 울산바위가 묵직하게 포진한다. 영랑호·울산바위·신선봉, 세 꼭짓점이 완성되는 유일한 자리다.

호반에 울산바위와 신선봉이 거울에 비추듯 떠 있고, 물결은 고요하다. 심란한 마음이 그 자리에서 그냥 멈춰버린다. 신선봉에서 내려오는 동풍이 가볍게 앉히고, 시야가 탁 트인다. 개안(開眼)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영랑호 어디에 머물러도 산세와 어우러진 풍경은 압도적이다. 그러나 이곳만큼 강렬하고 압축적인 자리는 없다. 400년 고찰 보광사가 방생기도회 장소로 이곳을 택한 이유도 그 기운에 있다. 금강산 제1봉으로 영험하기로 이름난 신선봉의 정기가 막힘없이 호반으로 직행하는 지점, 길지(吉地)이자 명당이다.

울산바위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영랑호는 천하의 푸름 속에 오아시스처럼 떠 있다. 산세의 기운이 한데 모여드는 종점. 신라 화랑이 이곳을 수련장으로 택한 것도 그 영험함이 온몸을 감싸는 땅의 성질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맑은 날의 장엄함, 흐린 날의 신비함, 눈 오는 날의 아득함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며 영랑호는 물결친다. 산은 그대로지만 영랑호는 숨쉰다. 스위스 루체른에 빗대는 이들도 있지만,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형상과 기운은 차원이 다르다. 거기다 영랑호는 바다와 연결된 천연 석호다. 대자연의 서사 그 자체다.

오늘도 그 자리에 서서 산을 보고, 호수를 보고,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멍하니 5분을 있었다. 그게 기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영랑호 찬가는 그래서 영원하다.

글·사진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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