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호를 더 이상 손대서는 안 된다. 속초시가 앞장서 영랑호의 자연환경과 공간 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꾸고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을 추진하려는 것은, 공공성을 책임져야 할 지방정부의 태도로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영랑호는 개발을 기다리는 빈 땅이 아니다.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석호이자 속초의 대표적인 자연생태 자산이며,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걷고 뛰며 삶을 누리는 공공의 공간이다.
반세기 동안 이어진 개발의 그늘, 그리고 행정의 방관
영랑호의 변질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수면 어업 개발을 명목으로 업체가 들어선 이후 호반 일대에 콘도, 골프장, 대형 숙박시설 등이 연이어 들어서며 사유화와 개발이 확대됐다.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 같은 훼손을 바로잡고 시민 누구나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공공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속초시는 오히려 민간사업자의 개발 구상을 받아들여 관광단지 조성에 불을 지피고 있으며, 민간의 개발계획에 도시의 미래를 맞추는 주객전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랑호는 다른 곳으로 대체할 수 없다
호텔이나 콘도를 늘린다고 해서 영랑호의 자연적 가치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한번 훼손된 석호의 생태와 경관은 막대한 돈을 들여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다.
영랑호의 진짜 힘은 아침저녁으로 호반을 걷는 시민, 자전거를 타는 이들, 아이들과 뛰노는 가족들의 일상에 있다. 돈을 내지 않아도 찾아가 자연을 누릴 수 있는 이 일상의 풍경이야말로 그 어떤 인공 시설보다 강력한 속초의 관광자원이다.
특정 개발사업의 사업성을 따지기에 앞서, 시민과 전문가, 환경단체, 지역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영랑호 전체를 하나의 공공자산으로 바라보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순천만이 증명했듯, 자연을 지키는 것이 곧 도시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속초는 선택해야 한다. 민간의 개발 밑그림을 쫓을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
속초시는 이제라도 멈춰 서야 한다. 우리가 영랑호에 무엇을 더 넣을 것인가가 아니라, 영랑호에서 무엇을 더 이상 빼앗지 말아야 하는가를 물어야 할 때다. 영랑호를 지키는 것이 곧 속초를 지키는 길이다.
설악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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