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호는 누구의 것인가…시민의 허파를 숙박단지로 바꾸기 전에 답해야 할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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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는 속초의 풍경을 대표하는 호수다. 그러나 영랑호의 가치는 단순히 아름다운 경관에만 있지 않다. 시민들이 걷고, 쉬고, 운동하며 일상을 보내는 공간이다. 수십 년 동안 시민의 삶과 함께해 온 공동의 자산이며, 속초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해 온 독보적 가치를 지닌 자연석호 유산이다.

그런 영랑호가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강원도가 최근 지정 고시한 영랑호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전체 면적 131만8436㎡ 규모에 이른다. 사업시행자인 ㈜신세계센트럴은 이미 전체 부지의 53.89%를 소유하고 있다. 문제는 나머지 토지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시민의 자산이라는 점이다.

토지조서 분석 결과 관광단지 편입 토지의 24.04%가 공공기관 소유다. 속초시 소유 토지만 10만5902㎡에 달한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소유 토지까지 합하면 30만㎡가 넘는 공공부지가 사업구역 안에 포함된다.

이쯤 되면 물어야 한다.

시민의 재산을 시민들은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얼마나 동의했는가.

사업을 추진하는 행정은 법적 절차를 거쳤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적 절차와 시민적 동의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주민설명회 한두 차례, 열람공고 몇 줄로 수십만 제곱미터의 공공자산 편입이 정당성을 얻는 것은 아니다.

영랑호는 특정 기업의 토지가 아니다. 특정 행정기관의 자산도 아니다. 영랑호는 속초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시민들의 의견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시민들이 원하는 영랑호의 미래상이 무엇인지, 어떤 개발이 필요하고 어떤 개발은 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도 없었다.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영랑호에 대한 종합적인 미래 비전 없이 개별 개발사업이 먼저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는 개발사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도시는 비전으로 만들어진다.

영랑호를 앞으로 50년, 100년 동안 어떤 공간으로 남길 것인지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시민 휴식공간으로 보전할 것인지, 생태공원으로 발전시킬 것인지, 관광과 보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의 순서로 가고 있다.도시의 미래를 논의하기 전에 숙박시설과 콘도, 관광시설 배치부터 결정되고 있다. 공공의 비전보다 사업계획이 앞서고 있는 셈이다.

물론 관광개발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지역경제 활성화도 중요하다. 관광객 증가도 필요하다. 문제는 개발의 방향이다.개발은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수단이어야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영랑호 관광단지 계획을 보면 대규모 숙박시설과 골프장이 핵심을 이룬다. 개발이 완료될 경우 지금처럼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누리는 공간이 유지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민들이 걷던 길은 그대로 남을 것인가.호수를 바라보던 조망권은 보장될 것인가.호수 주변은 시민의 공간으로 유지될 것인가.이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아직 없다.

영랑호의 가치는 개발이익으로 환산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선다. 영랑호는 속초의 브랜드이며 역사이고 문화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삶과 건강을 지탱하는 도시의 허파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공론이다.

공공부지 편입의 타당성, 시민 접근권 보장 방안, 생태 보전 대책, 개발 규모의 적정성 등을 놓고 시민과 전문가, 행정이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영랑호의 미래는 사업자의 사업계획서가 아니라 시민의 합의로 결정돼야 한다.

지금 영랑호 앞에 놓인 질문은 단순하다.

“무엇을 개발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지킬 것인가”다.

그 질문에 답하기 전까지, 영랑호 개발은 아직 시작되어서는 안 된다.

설악투데이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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