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 멈춰 섰다. 얼어붙은 화진포.
한파가 길어지자 큰 호수도 도리 없이 꼼짝 못한 채 몸이 얼어붙었다.
빙판 위로 미끄러지는 잿빛 저녁 그림자, 수면 위 윤슬과는 또 다른 결로 반짝인다.
언제나 정겹고 로맨틱하던 이 길이, 매서운 추위 속에서는 더욱 색다르게 다가온다.
너무 추워 차 안에서만 바라보는 호수. 그래도 괜찮다.
봄이면 야생화를 보러 오르던 언덕 아래엔 눈이 살짝 덮였고, 호수는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다.
내 마음의 조약돌 하나를 던져본다.
들리지 않는 울림을 가슴에 담으며, 추위 속에 웅크린 마음을 조용히 데운다.
마치 화진포 해변의 포말이 빙판 위에서 부서지듯.
거진 뒷장 바닷길에서 차를 몰고 넘어와 금강습지를 지나, 활처럼 쭉 뻗은 길을 달리는 코스는 내가 좋아하는 길중 하나다.화진포의 진면목을 파노라마처럼 찬찬히 감상할 수 있는, 이 겨울에 제격인 여정이다.
차분하게 다가오는 여운, 그리고 지난 계절의 기억과 흔적들이 겹쳐진다.
얼어붙은 화진포는 그렇게 서 있다.
이 무겁고 긴 침묵 앞에서 옷깃을 여미는 저녁 나절.
수업과 행사로 이어진 일과 끝에 짜낸 잠깐의 여유가 주는 묘한 스릴.
어두워지기 전 얼른 사진 한 장을 담고 발길을 돌린다.
빙판의 화진포는 말없이 나에게 작별을 고한다.
아름다운 고성의 보물, 화진포.
어느 계절에나 아름답고 서사가 충만한, 내 인생의 사계절 같은 화진포라서 더 좋다.
글: 변현주 한국생활개선 고성군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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